자전거·킥보드 ‘아찔 주행’… 봄나들이 안전 위협

개인형이동장치 충돌 우려 확산

날 풀려 자전거도로 위 통행 증가
자전거·이동장치·사람 뒤섞여

제한속도·안전수칙 위반 수두룩
“PM 최고속도 하향 필요” 지적

벚꽃이 만개한 지난 7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 한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도로 위에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그 옆으로 전기자전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휙 지나갔다. 폭이 좁은 자전거도로에서 자칫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기자전거는 추월을 반복하며 속도를 높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날 뚝섬공원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를 비롯해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탄 시민들이 한데 뒤섞이며 곳곳에서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뚝섬공원 근처에 산다는 정모(49)씨는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PM 운전자 중 무작정 속도를 높이는 이들이 많다”며 “자전거 운전자들도 미숙한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온 김모(40)씨는 “자전거와 달리 PM은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서 충돌할 만한 상황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한강을 비롯한 유원지에 산책을 나오거나, 자전거와 PM을 탄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PM의 제한 속도를 낮추고, 속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폭이 좁고 추월차선이 없어서 이용객이 많을 땐 마주 오는 자전거와 앞지르는 자전거, 길을 비켜줘야 하는 앞선 자전거가 부딪칠 가능성이 커진다. 사고를 막기 위한 제한속도 준수와 수신호 등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잦았다.

그렇잖아도 복잡한 한강 자전거도로는 2020년 12월부터 PM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PM은 전동모터로 움직여, 조용하고 속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PM은 최고속도 25㎞ 미만, 차체중량 30㎏ 미만인 경우에만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는데, 실제론 제한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PM 관련 교통사고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날씨가 좋은 봄·여름이면 이용객이 늘어나 사고 위험이 크다.

 

10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PM 교통사고 건수는 2386건으로 전년(1735건)보다 약 37.5% 늘었다. 사망자는 26명으로 2018년(4명)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다. 지난해 월별로 보면, PM 사고의 44.3%(1058건), 부상자의 45.2%(1212명)가 4∼7월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PM의 최고속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론 자전거도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지난해 PM 속도별 충돌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전동킥보드는 사고 충격력이 자전거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PM 최고속도를 20㎞로 하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