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행위 놓고 법원 엇갈린 판결 “퇴마 목적 미달성, 기망 아냐” 판단 “복권 당첨 약속, 관습 한계 벗어나”
‘귀신에 씌었다’면서 굿판을 벌이기 위해 1억원을 받아낸 무속인이 사기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로또 복권에 당첨되게 해준다며 굿 비용으로 2억4000만원을 받은 무속인에게는 실형이 확정됐다.
굿의 대가로 돈을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무속인 중 한 명은 무죄 판결을, 다른 한 명은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무속인이 행하는 ‘굿’을 일종의 ‘종교 행위’로 본다. 비록 굿을 통해 의뢰인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기라고 단정 짓진 않는다.
중랑구에서 법당을 운영하는 무속인 김모씨는 지난해 3월 몸이 아파 점을 보러 온 홍모씨에게 “퇴마굿을 해야 한다”며 380만원을 결제하게 하는 등 7개월간 30차례에 걸쳐 7937만원 상당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홍씨는 재판에서 “김씨가 퇴마굿을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김씨가 피해자들을 속여 굿값을 편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면서 최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굿은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의 종교행위”라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속행위를 한 이상 비록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당이 요청자를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씨가 신내림 굿을 받고 법당을 운영하며 일반적인 개념과 형식에 따른 굿을 실제로 행한 점도 언급했다.
무속인인 장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피해자에게 “로또 복권에 당첨되려면 굿 비용이 필요하다”며 23회에 걸쳐 현금 2억4000여만원과 금 40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사기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되며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로또에 당첨되게 해주겠다는 약속은 일반적인 종교행위를 넘어선 ‘기망’이라고 봤다. 특히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로또에 당첨되게 해줄 능력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이전에도 유사한 전과가 여럿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떤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경우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