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7개월만에 20조 육박...대리점에 영업비밀 요구한 삼성전자 [한강로 경제브리핑]

◆반도체장 열리자 다시 ‘빚투’…7개월 만 다시 20조원 육박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반도체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 1일 연중 최대치를 찍는 등 주식투자 열기가 높아진 정황이 곳곳에서 관측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635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규모다.

 

앞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일 19조5327억원까지 늘어 지난해 9월27일(19조7029억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19조4000억~19조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증가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8만원대 진입에 성공하는 등 반도체주 강세에서 비롯됐다. 특히 코스닥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신용거래 잔고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날 기준 신용거래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기업 텔레칩스로 9.12%에 달했다. 이 주식을 매수한 10명 중 한 명 가까이 빚내서 샀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유리기판 업체 HB테크놀러지, HB솔루션의 신용 잔고 비중도 각각 8.87%, 8.78%에 달했다. 에프엔에스테크(8.70%), 뉴프렉스(8.38%), 3S(8.24%) 등 반도체 관련주도 8%를 넘어섰다.

 

다만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 5000억원이 채 안 되는 기업들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상당수는 단기간 차익 실현 목적으로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연내 글로벌 금리 인하가 예고된 만큼 한동안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59조6299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기준 55조9333억원으로 여전히 투자 열기가 뜨겁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상무는 “최근 은행의 예금 금리가 많이 떨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주가는 반등하면서 증시 대기자금이 신용융자 잔고 쪽으로 가고 있다”며 “예상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으로 보이고, 총선이 지나면 당장 공매도 재개 관련 이슈가 있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5~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도 있어 신용거래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자제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4·10 총선 결과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야 간 법인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 대한 이견이 있어 선거 결과가 증시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 개선 종목에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대리점에 영업비밀 요구한 삼성전자…시정명령 제재

 

삼성전자가 6년 넘게 대리점에게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상품 판매금액 정보를 요구했다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자신이 공급하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상품에 대한 판매금액 정보를 대리점에 요구했다.

 

판매금액 정보를 본사가 알게 될 경우 대리점의 마진(판매금액-공급금액)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돼 대리점 측은 향후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 등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판매금액 정보를 대리점으로부터 제공받기 위해 자신이 운용하는 전산시스템(DPS)에 판매금액 정보를 ‘필수’ 입력사항으로 설정하고, 대리점이 판매금액을 입력해야만 상품 주문이 완료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확보한 판매금액 정보를 대리점에 대한 등급평가 및 장려금 지급 등을 위한 기준으로 활용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가 159개 대리점으로부터 취득한 판매금액 정보 건 수는 1만5389건(상품 모델 기준)으로, 금액은 7486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이런 행위가 본사가 대리점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한 행위라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뉴시스

◆고객자금 15억 횡령한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고객 돈 1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금융당국에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고객자금을 횡령하고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 지난달 28일 중징계 조치인 기관경고, 과태료 24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임원 1명은 주의적경고를, 2명에게는 주의가 전달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직원 A씨는 2022년 4월20일에서 같은 해 12월24일까지 기업여신을 이용 중인 고객사 10개사의 사업자금 15억4100만원을 횡령했다.

 

그는 고객사가 인출을 요청한 사실이 없음에도 요청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자금집행요청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법인 여신고객의 대출연계 수신계좌의 비밀번호를 사전에 알아내 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고객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을 분류해 적정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했지만 2022년 12월31일 결산 기준 차주에 부실징후가 발생해 요주의로 분류해야할 15건의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대손충당금 42억7500만원을 쌓지 않았다.

 

이밖에도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의 보수지급 및 평가기준 마련·운영 의무 위반, 유동성비율 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제재대상이 됐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 제한 위반 등으로 지난 3일 과태료 5억2400만원이 부과됐다. 임원 1명은 주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