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산솔
한겨울, 눈이 내리던 날 전북 순창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속도로를 지나 눈 덮인 시골길을 천천히 운전하며 가는 그 기분이 참 설레던 기억이 난다. 순창은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지만 익숙한 고추장 브랜드 덕분에 마치 고향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추장 하면 순창이라는 이미지 마케팅 덕분인지 어지간한 다른 지역 이름보단 순창이란 지역 명은 정말 낯이 익다. 순창 시내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정감이 갔다. 높지 않은 건물들과 맑은 공기와 하늘, 시내를 둘러싼 겨울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들판들을 보며 순창의 매력이 물씬 느껴졌다. 숙소를 잡고 근처 작은 시장을 돌아 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이 많이 없었지만 그 아침 햇살 내리쬐는 시장 골목의 한적함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일을 하기 전 돌아본 순창은 내가 생각했던 느낌 그대로였다.
◆산솔과 순창의 쌀빵
올해 봄 강천산을 다시 찾았다. 겨울과는 사뭇 다른 강천산의 봄은 그 어느 산보다도 싱그러웠다. 눈과 얼음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작은 계곡의 맑은 물은 바로 떠 마셔도 될 것처럼 투명해 청명한 느낌이 가득했다. 종종 떠내려 오는 봄꽃들이 오랜 운전에 지쳐 있던 내 눈을 정화해주려는 듯 스쳐 지나갔다. 포근한 날씨에 강천산을 찾는 이들이 많았는데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카페 산솔에는 겨울과는 또 다른 생기가 돌고 있었다. 겨우내 고요하고 그윽했던 커피향은 향기로운 딸기 향으로 대체되었다. 딸기라테와 빵들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창문 너머 보이는 봄꽃들이 마치 나를 위해 펼쳐진 미술관 같아 보였고 사람들의 북적이는 소리까지도 하나의 작품처럼 산솔의 봄은 참으로 근사했다.
산솔의 딸기라테는 순창 근처 농장에서 바로 수확해 가져온 생딸기로 만든 라테로 마치 강천산을 찾는 이들에게 주는 봄의 선물이지 않을까 싶은 맛이다. 산솔은 가족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모든 빵은 쌀로 만들기에 건강함이 가득 느껴진다. 서울살이를 하던 사장님은 고향인 순창에서 쌀 가공식품과 쌀빵을 개발하고자 귀농해 지금의 강천산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서울 태생인 나에게는 고향에 터를 잡아 산을 벗삼아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것이 참 대단해 보였다. 카페 산솔에는 다양한 쌀빵들이 있다. 쌀 소금빵, 쌀 식빵, 쌀 연유 버터 브레드 같은 대중적인 빵과 붉은 빛이 도는 홍국쌀로 만든 홍국쌀팥빵 같은 독특한 쌀빵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홍국쌀팥빵 안에는 팥앙금이 가득 들어 있는데 쌀빵의 고소함과 팥의 달콤함이 어우러지고 고명처럼 박힌 호두는 빵을 씹는 내내 즐거운 식감을 준다. 쌀로 만든 빵은 배부르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쌀빵
쌀빵은 말 그대로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해 만든 빵이다. 밀가루빵이나 밀국수를 먹었을 때 속이 금세 더부룩해지는 사람들은 밀에 들어있는 글루텐에 민감하기에 쌀로 만든 대체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쌀빵은 아직까지도 크게 대중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밀가루빵의 쫄깃한 식감보다는 다소 포실포실한 식감이 돌고 글루텐이 없기에 반죽하여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원가 자체가 밀가루빵보다 높기에 주변에선 그리 흔하게 볼 수는 없는 편이다. 예전엔 쌀가루로 반죽하고 글루텐을 첨가하기 위해 밀가루를 섞어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쌀가루에 글루텐 첨가가 필요없게 개발되었고 글루텐 대체식품이 들어간 쌀가루가 생산되고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쌀빵 제품들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순창 고추장 로제 떡볶이 만들기
<재료>
고추장 50g, 토마토소스 100g, 휘핑 크림 50㎖, 설탕 10g, 소금 약간, 조랭이 쌀떡 100g, 리카토니면 50g, 새우 5마리, 가루 파르메산 치즈 15g, 물 100㎖, 굴소스 10g, 다진 마늘 15g, 기름 약간
<만드는 법>
① 쌀떡은 물에 불려 놓고 리카토니면은 5분 삶아 놓는다. ② 팬에 기름을 두르고 새우와 떡 리카토니면을 넣어준다. ③ 다진 마늘을 넣고 향이 올라오면 물을 넣어준다. ④ 굴소스와 고추장을 풀어준다. ⑤ 토마토 소스와 휘핑크림을 넣어 준 후 끓이고 가루 파르메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