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억 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직 우리은행 직원과 공범인 그의 동생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12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우리은행 직원 전모(45) 씨에게 징역 15년을, 공범인 동생(43)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다른 공범 서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추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선고한 추징액 724억 원을 전부 인정했다. 전 씨 형제에게 각각 332억 원, 서 씨에게 14억 원, 전 씨의 가족 등 참가인들로부터 46억 원이다.
다만 전 씨 형제가 내야 하는 추징금 중 해외로 빼돌린 재산 50억 원은 공동부담이라 완납이 이뤄질 경우 추징되는 총액은 674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 씨는 우리은행에서 일하던 2012년 3월∼2020년 6월 은행 자금 총 707억 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돈을 인출한 근거를 마련하려고 문서를 위조하고, 동생과 공모해 횡령금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린 혐의도 있다.
전 씨가 횡령한 자금은 2010년 이란의 가전업체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지급한 계약금이다. 하지만 협상이 무산됐고 계약금 몰수를 주장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반환을 요구한 엔텍합의 분쟁이 시작되면서 자금은 공중이 붕 뜬 채로 시간만 흘러갔다.
이 돈이 ‘눈먼 돈’ 임을 파악한 전 씨는 자금이 멀쩡히 들어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2012년부터 6년간 개인 계좌로 빼돌렸고 2018년 자금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하는 거짓서류를 만들어 올린 뒤 계좌를 해지했다.
계약금을 뜯긴 엔텍합은 2015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걸었고 2018년 엔텍합이 승소하면서 계약금을 돌려줘야 했으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금융제재로 송금할 수없었다.
이후 2022년 외교부가 미국의 특별 송금 허가를 받으면서 송금 절차가 개시됐는데 그제야 우리은행은 돈이 사라진 것을 파악했고 자체 감사에 나섰다. 감사 시작과 함께 전 씨가 무단결근을 하며 잠적했고 은행은 그의 행적을 조사, 횡령 사실을 파악 후 경찰에 고발했다.
공범 서 씨는 전 씨 형제의 돈이 범죄수익인 정황을 알고도 이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약 16억 원을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를 받았다.
전 씨 형제가 기소될 당시 횡령액은 614억 원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범행이 추가로 드러나 93억 2000만 원 상당의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따로 나뉘어 열린 1심 재판의 형량 총합은 전 씨는 징역 19년, 전 씨의 동생은 징역 15년이었으나 항소심에서 재판이 병합되면서 조금씩 줄었다.
법원이 인정한 형제의 횡령액은 총 673억 원이다. 실물증권과 자기 앞수표로 횡령한 34억 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범행 동기에 대해 전 씨는 묵비권을 행사, 전 씨 동생은 “뉴질랜드 골프장 사업이 망해 빚을 갚느라 횡령을 저질렀고 나머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날렸다”라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