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서민의 귀금속’이라 불리는 은(銀) 가격도 치솟고 있다. 달러와 가상화폐, 금, 원자재 값이 모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은 가격은 올 들어서만 20% 이상 오르며 온스(oz)당 28달러를 돌파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 금과 구리의 특성을 모두 가진 은도 역사적 고점인 5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은 가격은 지난 12일 온스(28.3g)당 28.33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였던 2월13일 22.15달러 대비 30%가량 오른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되고, 치솟는 금 가격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은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 주요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에서 생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은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부채 리스크 때문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거품이 껴있는 모든 자산이 앞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금, 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간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은 지난 12일 장중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고 향후 25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짧은 시간 급등에 따른 부담과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글로벌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도 금값이 급등하자 은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
반면 은은 금값 상승폭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역사적 고점인 50달러까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반기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반등하면 은에 대한 산업계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과거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은이 금보다 더 양호한 성과를 냈다”면서 “하반기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이 기대되고 최대 산업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은과 구리가 각광받을 시점이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황병진 FICC리서치 부장은 “에브리싱 랠리 장기화 시 은 가격은 사상 고점인 50달러를 목표로 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고,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거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부각되면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