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패배에 따른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등 인적 쇄신을 놓고 14일 고심을 이어 갔다. 당초 이날 신임 비서실장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거론되는 후보군을 놓고 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커져 좀 더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 시점과 방식은 이번 주초 방향을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 “사람을 찾고 검증하는 데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발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서실장 인선 뒤 이뤄질 대통령실 참모진 일부 교체와 차기 국무총리 인선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총선 패배 직후 국정 쇄신 의지와 방향을 보여 주는 차원에서 참모진 일괄 사의 표명에 따른 즉각적 인적 쇄신을 보여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원 전 장관 외에 다른 비서실장 후보군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등이 거론된다. 후임 총리로는 국민의힘 주호영·권영세 의원과 김 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과 국정 쇄신 방향을 직접 설명한다는 방침은 굳혔다. 다만 그 형식과 시점을 두고는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국무회의를 통한 입장 발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하는 담화 형식, 기자회견 등 방식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입장 발표 방식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건 없다”며 “내일(15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 발표는 인적 개편과 동시에 이뤄지거나 별개로 나올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된다.
원 전 장관, 김 위원장 등이 총리·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는 데 대해 여당 내에서는 “지금 언론에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한 인사는 통화에서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이 당은 답이 없구나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총선으로 드러난 민의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 뜻을 받들고 야당과 협의해서 민생 문제, 국가 현안을 해결하라는 게 이번 총선의 민의인데 (하마평에 오른) 인사 면면을 보면 그런 흐름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거국내각’ 구성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당선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선언해야 한다”며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원내 제3당의 대표인 나는 언제, 어떤 형식이든 윤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공식 회동을 제안했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이같이 적은 뒤 “공개 회동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며 단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공개 요청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