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월드컵 때는 ‘원팀’인데 선거 때 갈라지는 국민들… 섬뜩”

이천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계양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나섰다”
‘원희룡에게 선거 도와달라 요청받았나’ 질문에는 “계양에 오지 말라고 만류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오른쪽)의 지난 12일 낙선 인사에 그의 후원회장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함께 했다. 유튜브 채널 ‘원희룡TV’ 영상 캡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나서 낙선 인사까지 함께하는 의리를 보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월드컵 응원할 때는 원팀이 되는 국민이 선거 때는 빨강과 파랑 양날로 갈라지는 게 섬뜩했다”고 돌아봤다.

 

이천수는 15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천 계양구 출신으로 ‘순수하게 계양 발전을 위한 마음으로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상대방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며 “욕설은 기본에 손을 강제로 잡아끌며 ‘네 가족이 어디 사는지 안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당황스럽고 무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 해도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면서다.

 

이천수의 이러한 발언은 선거운동 기간 폭행을 당하거나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비난 표적이 된 일 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선거판에 나선 걸 후회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유세 첫날부터 후회했다”며 “욕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멘붕(멘탈붕괴)이 오더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아버님이 더 시끄러운데요?’라는 지원 유세 중 반문 등으로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실랑이 논란에는 “참다 참다 한 말씀 드린 것 뿐”이라며 “내가 그분들께 받은 협박과 비난은 만 번도 넘는다”고 강조했다. ‘개딸’의 표적이 됐다는 반응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안 본 지 오래라면서, 선거운동 기간 유튜브 채널 ‘리춘수’ 영상도 촬영했지만 온갖 비난으로 초토화될까 우려에 게시도 못했다고 이천수는 언급했다.

 

이처럼 ‘내편 네편’으로 갈라지는 정치의 현실 탓에 연예인들이 정치를 멀리하는 것 아니겠냐는 이어진 질문에 이천수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목적을 갖고 머리를 엄청 굴리며 선거판에 나왔다고 조롱하지만, 머리가 있었다면 이런 선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인천 계양을에서 낙선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낙선 인사에 함께한 이천수의 등을 두드리며 고마워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원희룡TV’ 영상 캡처

 

원 후보와의 인연은 2016년에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이 제주도의 한 여자축구부를 방문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천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중단으로 존폐 갈림길에 선 제주여고 축구부를 격려차 방문했을 당시 원 후보를 만난 바 있다. 보좌관과는 이미 친구 사이였고, 몇 번 같은 자리에서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친분이 쌓였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인연을 언급하듯 ‘선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이천수는 계양구가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탓에 ‘솔직히 계양으로 오지 말라’고 만류했다면서도, 굳이 오겠다면 도와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부연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벌였을 만큼 이천수의 정치 행보는 특정 진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천수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축구계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나를 정신 차리게 도와주셨고,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해 제대로 은퇴하게 해준 분”이라는 말로 송 대표를 ‘축구 인생의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송 대표가 인천광역시장으로 있던 시기에 이천수는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

 

“나는 사람만 본다, 아주 단순하다”며 “내가 좋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한 이천수는 ‘정치와 축구, 무엇이 더 어려울까’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정치 아니겠나”라며 “축구는 11대11로 싸우니 일대일 싸움에 가깝지만 정치는 그게 아니더라”고 답했다. 그는 원 후보를 축구로 치면 원정경기를 하러 온 선수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