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거 터진다?…부동산PF ‘4월 위기설’ 수면 위로

제2금융권 재무상황 악화

고금리 장기화에 사업장들 타격
수도권에도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증권사 PF연체율 2023년 말 13.73%
일각 “추가 손실 최대 1.9조 가능성”
저축銀, 손실이 충당금 앞설 수도

정부 “PF 리스크 관리 가능” 기조
금융당국, 부실사업장 정리 속도

총선이 끝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건설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장기간 고금리로 건설경기 악화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만기 연장 등으로 버텨왔던 PF 사업장들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 예상이 점차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가 크다. 당국은 PF 사업장의 부실 여부를 판단해 정리하면 국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특히 저축은행이나 증권사의 부실 심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권 ‘부동산’도 미분양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일부터 경기 안성과 대구 남구, 울산 울주, 강원 강릉, 충북 음성, 전북 군산, 전남 광양, 경북 포항·경주 9곳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적용 기간은 다음달 9일까지다. 수도권에서 미분양관리지역이 지정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안성은 지난해 7∼9월 3개월 연속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가 10월 해제된 바 있다. HUG는 미분양 세대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수 대비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한다.



PF발 악재는 서울 강남권 부동산마저 삼켰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공매 플랫폼 온비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일대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인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78가구에 대한 신탁 공매가 19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신탁 공매는 채무자가 금융기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동산 관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해당 부동산을 공매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선 증권·캐피털·저축은행 등에서 PF발 위기를 둘러싼 불안이 엄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7%이지만, 이 중 증권사는 13.73%, 저축은행과 캐피털은 각각 6.9%, 4.65%를 기록했다.

금융사 재무상황은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저축은행 업권에선 향후 발생하는 PF 부실화 관련 손실이 PF 대손충당금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네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손실 예산액을 산출한 결과 저축은행의 손실예상액 대비 PF 대손충당금 비율이 시나리오4(중위험 자산 부실화)에선 42%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으로도 손실을 다 갚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기평은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앞으로도 부동산 PF로 인한 적자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털사도 PF 관련 부실처리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시나리오별로 테스트한 결과 25개 증권사가 추가로 1조1000억∼1조9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어 추가로 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의 한 미분양 아파트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국내 금융시스템 대체로 안정”

정부와 한국은행은 부동산 PF에 대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를 통해 “PF 연체율이 상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장 관련 리스크는 다소 증대된 것으로 추정되나 사업장별 평가 결과 시공사를 통한 사업장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은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2주간 시중은행, 제2금융권 등과 면담을 가지고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장래성이 있는 사업장은 활성화하는 한편 사업성이 없으면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면담 후 PF 정상화와 관련한 사업성 평가 기준 등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건설업계에 퍼져 있는 불안 심리를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안 맞는 부동산은 주인이 바뀌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