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로 조직이 와해된 여권이 체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다시 꾸려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당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15일 가닥을 잡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패배와 관련한 입장을 직접 밝힌 뒤 국정 운영 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당선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새 비대위 구성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신속히 당 체제를 정비해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선자 총회(16일)를 통해 최종적으로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성격을 두고는 조기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임기 2∼3개월 실무형과 6개월가량의 관리형 비대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먼저 총선으로 드러난 민심에 대한 자성 입장을 밝히고, 집권 후반기 핵심 관건으로 떠오른 야권과의 협치에 대한 생각을 밝힐 전망이다. 다만 야권이 요구하는 영수회담 또는 여야 지도부 회동 등은 현재 대통령실 내부가 정비되지 않은 만큼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 개혁 과제에 대해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당초 정부안에서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는 ‘민생 또 민생’”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새 비서실장 임명이 가장 시급한 작업으로, 비서실장·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고심도 길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사의를 표명한 이관섭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여전히 출근하고 있지만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통령실 내부는 어수선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는 ‘정무형’, 총리에는 ‘여야 협치형’ 인물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장 후임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된다. 차기 총리에는 주호영·권영세 의원, 김한길 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한 법률수석실 검토 등 조직 개편도 비서실장 임명 후 구체적 논의가 가능하다”며 “민정수석실처럼 민심을 청취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건의 및 조언은 많이 듣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심 청취 강화를 위해 사정 기능을 제외한 민정수석실 부활 또는 법률수석실 신설이 대통령실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정 쇄신에 적합한 방향이 아니라는 내부의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내각 인적 쇄신에 대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면면을 보니 대통령께서 과연 총선 민의를 수용할 생각을 갖고 계신지 우려된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맞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확인하셨을 것이다. 주권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실효적 쇄신책을 마련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