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재보험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한 뒤 산재 피해 노동자 셋 중 한 명은 승인 지연 등 부당한 산재 판정을 경험했다는 노동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4일부터 산재 노동자 단체 8개(산재 노동자 119명)를 대상으로 12일간 진행한 ‘산재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현황 및 실태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산재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현황 및 실태 △산업재해 유형 및 업무상 질병 산재승인 과정에서의 문제점 △산업재해 발생 이후 경제적 어려움 경험 여부 △생계비 마련 및 치료비 부담 방법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 도입 필요성 △산재 요양 종결 이후 직장 복귀 형태 △산재보험 특정감사 이후 부당한 산재 판정 경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특정감사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산재 판정·결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6.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정감사가 공단의 산재 판정이나 요양·치료 같은 산재 보상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71.4%가 동의했다.
부당한 경험 중에는 갑작스러운 산재 요양 종결이 39%로 가장 높았고, 재요양 승인 지연 19.5%, 보수적인 산재 판정 12.2% 순이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느슨한 산재승인과 요양 관리로 산재 카르텔이 빈번하다며 두 달간 특정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 486건에 113억2500만 원 규모 부정수급이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해 실체를 호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산재 노동자들을 명확한 근거조차 없이 ‘산재 카르텔’ 집단으로 특정하고 장기요양환자들을 ‘나이롱 산재 환자’로 강제 분류하며 실시한 특정 감사로 정당하게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산재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산재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가 많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산재처리 과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에 불과했고, 응답자의 54.6%는 산재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한 응답으로는 산재처리 과정에 대한 지식 및 정보 부족이 40.0%로 가장 높았고, 복잡한 산재처리 과정에 따른 행정적 어려움 18.5%, 산재승인 전 경제적 부담과 회사의 비협조가 15.4%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6.7%는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이 장기간 소요되는 산재 처리 기간과 본인부담율이 높은 치료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재 요양 종결 이후 직장 복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노무제공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6.9%로 가장 높았다. 원직장 또는 타직장을 포함해 직장에 복귀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7.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