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과밀로 수도권의 삶의 질에는 이제 한계가 왔습니다. 모든 것이 집중된 수도권의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커진 것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소멸을 막는 문제를 넘어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전평이다. 우 위원장은 4·10 총선 이틀 뒤인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기간에도 인력과 산업 등 주요 국가 자원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까지 쏠려 있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그림자를 봤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의 의미를 설명하며 지방시대위원회의 정책 목표는 거주·생활 지역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에 앞서 교육·의료·문화시설이 패키지로 뒷받침돼야 지역균형발전이 성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존의 거점 중심 지방발전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 위원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컨드 홈’ 등 ‘지방시대 시행계획’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증원되는 의대생의 지역 정착을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정주 혜택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서 화제를 모은 국민의힘 조지연 당선자(경북 경산)와의 인연도 공개했다. 다음은 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에서 조 당선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어떤 인연인가.
―어떻게 수도권과 지방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22대 국회는 지역 대표성을 인정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수도권이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데, 인구는 50%가 넘어 여당과 야당 모두 수도권만 쳐다본다. 그렇게 되면 결국 수도권은 과밀이 돼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지방시대위가 지역균형발전, 지역소멸을 막는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이번 선거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 결국 전 국토에 사는 국민이 상향 평준화된 삶의 질이 확보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균형발전 정책이라면 결국 가장 큰 수혜자는 수도권 주민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간 수도권 집중 문제를 경제적 효율성만을 가지고 따졌지만, 이제는 이런 문제도 한번 따져 볼 때가 됐다.”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어떤 방안이 있나.
“상향 평준화 발전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물리적으로 산업단지와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더라도 교육, 의료, 문화 시설이 패키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 그렇다면 정책의 콘셉트 자체를 바꿔 봐야 한다. 기업을 먼저 보내고 교육과 의료와 문화가 가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교육과 의료 시설이 먼저 가고, 문화 시설이 뒤따라 주면 저절로 기업과 일자리가 생기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가능했던 곳이 판교 아닌가.”
―앞서 지방시대위는 ‘4대 특구’를 제시했다. 진행 상황은.
“‘교육발전특구’는 1차 공보를 신청한 40건 중 31건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방정부, 교육청, 대학, 지역기업·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 지원하게 된다.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문화특구’도 같은 선상에서 이뤄지는 게 국민이 바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12월 문화특구를 최종 지정해 3년간 도시당 최대 2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의 지방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는 ‘기회발전특구’, 지방 대도시에 산업·주거·여가 시설을 집약하는 ‘도심융합특구’도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정부가 ‘메가시티’ 등 행정구역 개편 연구를 예고했다. 지역 활성화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오래돼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불일치한다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 등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실성 있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해 최초 법정계획으로 ‘4+3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방의 경제·생활권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칭)를 4월 출범한다. 민선 자치 30년 만에 지방행정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해 설치하는 위원회다. 지방시대위도 이 위원회에 참여해 논의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초광역권 발전계획’의 내용과 진행 상황은.
“초광역권 발전계획은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4대 초광역권과 강원·전북·제주 3대 특별자치권(4+3)으로 나눈 점이 특징이다. 지역마다 특수성이 다르니, 일률적인 분권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맞춤형 분권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현재까지는 충청권의 논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충청권은 바이오·모빌리티 등 혁신 자원을 연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계획 시행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특별행정기관을 설치해야 하는데, 충남, 충북, 세종은 의회를 구성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부울경 지역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제도 기반을 닦고 있다.”
―최근 의결한 ‘지방시대 시행계획’을 보면 1년에 투입하는 예산이 42조원이다. 의미와 기대 효과는.
“지방자치·균형발전 정책에 구체적인 예산안이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시대위가 부처와 함께 올해 집중 추진할 과제로 4대 특구와 10개 과제로 구성된 ‘2024년 지방시대위원회 4+10 중점 이행과제’를 선정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지난해 발표한 제1차 계획이 지방시대 5년을 그리기 위한 청사진이었다면, 이번에 의결한 시행계획은 정책의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한 실천 과정이다. 각 시·도가 제안한 지역정책과제와 자체 수립한 지방분권 시행계획, 초광역권이 기획한 초광역 협력사업이 처음으로 담긴 상향식 계획이다. 계획이 지방시대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중앙과 지방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 중심으로 의대를 증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텐데.
“의대 정원 확대는 지방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자,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이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구현을 위해서 의대 증원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최근 10년간 제주의 출생아 10만명당 모성사망비(임신과 출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비율)는 서울의 2배를 넘는다. 주민의 지역 정주를 위해서는 출산, 모성 보호, 보건의료 관련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 지역별 의사 불균형을 바로잡고 필수의료체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극심하다. 전문의를 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묘안이 있을까.
“교육발전특구를 통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 의대들이 지역인재 선발을 법정 비율인 40%보다 높은 60∼80%까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지방 의대에 진학한 지역인재들이 지방 의료 인력으로 정주하는 비율은 매우 높았다. 2017년에 자격을 취득한 전문의 중 비수도권 의대에서 졸업하고 수련하는 경우 2020년에 그 지역에 남는 비율이 82%나 됐다. 파격적인 정주 지원과 연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필수의료·지역수가제 도입·확대,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등을 검토해 지역거점병원 중심으로 의료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