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에 “낮은 자세 민심 경청” 국무회의 발언, 내용·형식 아쉬워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활용하기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패배로 끝난 4·10총선 결과와 관련해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어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권 여당의 참패 이후 엿새 만에 육성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총선 이튿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내놓은 ‘56자 입장문’보다 한층 낮은 자세를 보였으나 내용과 형식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12분간의 모두발언에서 각종 정책을 거론하면서 11차례나 더 “부족했다”,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미흡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몸을 낮췄다.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이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발언에서는 소통 강화와 맞춤형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한 약속도 환영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범야권에 200석 가까운 표를 몰아줄 정도로 들끓은 민심을 잠재울 만한 통절한 반성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구체적인 쇄신과 협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는 야당 평가에 수긍이 간다. 대통령실 및 내각 개편, 여야 영수회담 등에 대한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어한 이들의 실망감은 컸을 것이다. 야당과 협치에 대해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만 밝힌 것도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니라 국무회의 발언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도 당장 소통방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을 맞아 한 것 외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다음달 10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만큼 대통령 생각과 의지를 국민 앞에 직접 밝힐 절호의 기회다. 어제 국무회의 직후 “앞으로 많은 소통의 기회가 있고, 그 형식에 맞는 더 좋은 내용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이 허언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