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 발표 후 사직한 류옥하다 전 대전성모병원 전공의가 그제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전공의 15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는 서면·대면 인터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요구 사항에는 ‘군복무 기간 현실화’가 포함됐다. 군의관(38개월)과 공중보건의(37개월)의 복무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얘기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주장이다. 더욱이 군의관 복무가 전공의 처우 개선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류옥씨는 “한 인턴은 ‘군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들도, 후배들도 전공의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의대생들 가운데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기피하는 이가 느는 현상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육군의 현역 병사는 18개월만 복무하면 되는데 굳이 3년 넘게 군대에 있기 싫다는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군의관이나 공보의의 복무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육해공군 학사장교의 경우 훈련까지 포함한 복무 기간이 40개월에 이른다. 군대에서 장교의 책무는 병사보다 훨씬 무거우며 이는 군의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의료 체계가 열악한 지역 주민들을 돌보는 공보의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복무 기간을 줄여달라는 것은 과도한 특권 의식으로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