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습한 이란에 대한 제재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재보복을 고심하는 이스라엘을 달래 확전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를 며칠 내로 부과할 계획이라고 알리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들 그리고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제재는 이란의 무기 제작과 수입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을 위해 모인 G7 재무장관들과 이란의 무기 구성품 및 군사부품 비축량을 줄일 방안을 집중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도 새 제재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와 국방부를 조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EU는 아직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는 IRGC를 직접 겨냥한 제재를 요청했으나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다수 국가가 이에 반대했다고 FT는 전했다. EU 제재안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27개 전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과 EU가 펼쳐 든 ‘제재 공동전선’은 확전 위기를 막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맹국들(미국과 EU)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적 보복을 만류하는 명분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적 처벌을 서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중동에서 사용하는 안보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은 확전 저지에 필사적이다. 미국 해군이 지난 6개월간 중동 지역에서 군함과 상선 방어를 위해 사용한 군수품 규모가 약 10억달러(약 1조3860억원)에 이른다고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이날 밝혔다.
확전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스라엘도 공격 수위와 시기 선택에 신중해진 모습이다. 이란의 공습을 받은 다음 날(14일)만 해도 즉각 군사 대응에 무게가 쏠리는 듯했으나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에서는 대응을 미루는 방식에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대응을 미룸으로써 이란이 계속 우리의 계획을 추측하도록 만들게 해도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생각”이라며 “그들(이란)을 불안에 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지도부 사이의 내분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10년 전부터 시작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지도부 3인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들 간의 권력 투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라이벌인 간츠 대표와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갈란트 장관을 전시 내각 회의에서 이뤄지는 주요 결정에서 배제하려 하고 있으나, 이들이 굴하지 않고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