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코로나19 사태가 사람들의 종교 관심도 더 떨어뜨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 표어처럼 새겨야”

원불교 교단 행정 총괄 책임자인 나상호(63) 교정원장은 17일 “사람들이 물질문명의 확산 속에 물욕에 빠지지 않고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정신적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한 시대”라며 종교계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상호 교정원장이 17일 전북 익산에 자리한 원불교 성지 내 대각전에서 기자간담회 중 발언하고 있다. 원불교 제공

나 교정원장은 올해 109주년인 원불교 최대 명절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을 앞두고 이날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더 떨어진 것 같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진리를 깨달았다는 1916년 4월28일을 기념한 날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취임한 나 교정원장은 “코로나19 당시 사람들이 느낀 불안과 두려움이 그전처럼 신이나 절대자에 기도해서가 아니라 의학이나 과학으로 해소되고, 디지털 기기로 원하는 정보를 얻으며 위안 받는 경험들을 하면서 (국내 대부분) 종교에서 신자가 확 줄었다”며 기존 교화(포교)나 선교, 목회 방식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 표어처럼 물질문명의 진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선용(잘 활용)해서 우리 삶이 평화롭고 행복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종교가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려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디지털 기기를 도구로 활용하는 등 시대 변화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불교는 미주 지역의 원불교도 증가세를 고려해 미국에 원불교 거점인 총부를 따로 설치했다. 아울러 현지 문화에 맞는 교화 활동을 펼치도록 남미와 북미 원불교를 총괄하는 미국 종법사도 임명했다.

 

나 교정원장은 “아직은 미국 종법사를 한국 중앙총부에서 임명하고 있지만 제도가 안착되고 미국인 교무가 많아지면 미국인 종법사가 나오는 시대도 올 것”이라며 “(해외 교화 시) 현지 문화에 맞는 교화를 펼쳐갈 수 있도록 가닥 잡고 있다. 미국에 원불교 성직자를 양성하는 대학을 세운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12년을 ‘1회(會)’로, 3회·36년을 ‘1대(代)’로 규정해 시대를 구분하는 원불교에서 개교 109주년인 올해는 4대의 문을 여는 해다. 이에 발맞춰 재가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교단의 최고 규정인 교헌을 올해 초 개정했다.

 

우선 교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 단원 중 재가자의 비율과 권한을 확대했다. 기존 수위단회는 교단 최고지도자 겸 수위단회 단장인 종법사와 출가자 26명(남녀 교무 각 9명, 직능 대표 8명), 재가자 8명으로 구성됐다. 재가자는 수가 출가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고, 종법사 추천 권한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교단 운영의 무게 중심이 출가자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이에 교헌을 고쳐 출가자 직능 대표(8명)를 폐지하고 종법사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가자의 목소리에 좀더 힘이 실리도록 했다. 올 9월 각각 임기 6년의 종법사와 수위단원이 새로 선출된다.  

 

나 교정원장은 “최고의결기구에서 큰 틀의 방향이 바뀌면 하위 조직에 대한 변화도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원불교) 조직체계상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