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는 순수함에 집착했다. 유대인이라는 '불순물'이 없는 독일 민족으로만 이뤄진 국가를 염원했던 그들은 음식에서도 불순한 것들을 배격했다. 유기농, 색소와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 금연은 모두 나치 의사들이 개발한 것들이다. 그들은 담배와 가공식품, 살충제가 독일 국민의 신체를 오염시킨다고 염려했다.
나치 의사들은 순수의 개념을 확장해 비독일 민족을 대상으로 한 의학 실험도 도덕적 의무라고 결론지었다. 그런 "인간 물질"의 죽음은 사회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나아가 실험에서 얻은 통찰력은 독일 민족의 건강과 안녕에 기여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펼쳤다.
그들은 곧 엽기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저자는 나치 의사들의 엽기 행각을 비롯해 과학적 성취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과학자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예컨대 토머스 에디슨은 전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개와 말에게 전기 고문을 가했고, 초창기 해부학자들은 시신을 구하기 위해 도굴꾼과 거래했으며, 신경과 의사 월터 프리먼은 명성에 눈이 멀어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단행했다.
저자는 "미치광이 과학자는 논리나 이성이나 과학적 안목이 부족해서 미치광이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너무 철저히 하려고 하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하면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나무. 이충호 옮김. 5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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