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막으려던 남자친구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20대 남성이 “평생 잘못을 잊지 않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사죄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정성욱)는 전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9)씨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앞서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50년이 무겁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 기일에 피해자의 현재 건강 상태와 치료 경과, 피해 회복 등과 관련해 양형 조사를 결정한 바 있다. 양형 조사 결과 여성 피해자 B(23)씨의 경우 오른손은 어느 정도 다 나았지만, 왼손은 여전히 손끝 감각, 느낌이 잘 없고 저림 현상이 있으며 합의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머리를 많이 다친 남성 피해자 C(23)씨는 4개월간 입원해 치료비만 5000만원 이상 들었다. 처음에는 정신연령이 5살이었지만 현재는 중학생 수준이며 모친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후 변론에서 A씨 변호인은 “엄청난 피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도 심각하게 인지를 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분들의 용서를 받아야겠지만 한계가 있다. 선고 기일을 넉넉히 잡아 주시면 기간 내 최대한 빨리, 합의 된다면 합의서를 제출하거나 공탁하겠다”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서 A씨 역시 “먼저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피해자들 외에도 부모님, 가족 등 피해자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평생 죄인으로 잘못을 잊지 않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5월13일 오후 10시56분쯤 대구시 북구의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B씨를 뒤따라간 후 흉기로 손목을 베고 강간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의 남자친구 C씨가 현관문으로 들어와 이를 제지하면서 강간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A씨는 흉기로 범행을 제지한 C씨의 얼굴, 목, 어깨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함께 받았다.
A씨는 범행 4일 전부터 인터넷에 ‘강간’, ‘강간치사’, ‘한밤중 여자 방에서 몰카’, ‘부천 엘리베이터 살인사건’ 등을 검색했다. 이후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피해자의 의심과 경계를 피하기 위해 배달원 복장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피해 여성을 우연히 발견하고 집까지 쫓아간 다음 배달하러 온 것처럼 주변을 서성이다가 B씨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뒤따라갔다. 그는 저항하는 B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뒤 “내 인생 어차피 망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해라” 등의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B씨는 왼쪽 손목동맥이 절단돼 신경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담당 의사는 신경이 회복되더라도 100%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C씨는 응급실로 이송된 후 과다 출혈로 인해 수차례 심정지가 발생했고 20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고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지만 뇌손상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담당 의사는 C씨의 사회 연령이 만 11세 수준의 지능이며 언어 및 인지행동 장애 등의 완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유기징역형으로는 최장기인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점,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2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