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축소에도 냉담한 의료계… 전공의들 “복귀 없다” 강경 [의대 증원 갈등]

의료계 반응·향후 전망

의협 “대책없는 추진 증명” 싸늘
임현택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
전공의 ‘탕핑’ 고수… 복귀 부정적

대학들, 국립대 행보에 예의주시
‘5년간 1만명 증원’ 수정도 관심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고 이미 배정된 증원 규모의 절반까지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전공의들은 ‘증원 자율 조정’에도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저항) 기조를 유지하며 병원 복귀에 부정적이다. 다만 집단이탈 두 달간 환자에 대한 죄책감에 정부 입장 변화로 개별 복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19일 “정부가 얼마나 대책 없이 증원을 추진했는지 증명하는 사례”라며 “막무가내로 추진한 정책을 무효화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세계의사회(WMA) 회장 등과 만나 “정부는 의사를 악마화하고 범법자 취급을 하는 등 테이블에 칼을 올려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총장들과 교육부를 향해서도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국 총장들은 처음에 3000명을 써냈고, 정부는 2000명을 발표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숫자’라고 했는데, 50%를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거냐”고 반문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정부가 실토한 것”이라며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발표를 어이없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대학별로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한 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에 한해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뉴스1

이번 조치로는 교수들과 전공의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방 위원장은 “이 정도 제안으론 교수들이 사직서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고, 전공의들도 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증원이 결정된 32개 의대가 모두 동참하면 2000명 증원 규모는 1000명대 초반까지 줄어들 수 있는데, 상당수 대학은 6개 국립대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관계자는 “조만간 본격적인 감축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검토나 논의에 들어간 학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를 주도한 경북대는 배정된 증원(9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의대 교수 등 의견을 참고해 5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립대인 대구가톨릭대와 동국대 의대 경주캠퍼스 등도 증원 규모를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상당수 대학은 의대 증원 축소가 가져올 후폭풍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이 2∼3배씩 늘어난 경기·인천 지역 대학들도 다시 조정하는 게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정원이 각각 4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났던 성균관대와 아주대 의대 측은 “논의가 안 되고 있다”거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 인하대·가천대 관계자도 “추이를 살피겠다”고 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기존 2000명에서 줄어들게 되면서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료개혁 원칙이 수정될지도 관심이다.

 

다음 주 첫 회의를 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4대 의료개혁 과제가 논의되는데, 두 달간의 전공의 집단이탈 등 의료계 반발로 2000명 증원 방침을 거둬들였다는 점에선 5년간 1만명 증원 규모도 대학별 사정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