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와 관련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하자 한 전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일 밤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이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사퇴한 후 처음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한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
한 전 위원장의 이런 입장 발표는 홍 시장이 연일 공세를 펴는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홍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과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셀카나 찍으며 대권 놀이를 했다',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등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전날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지칭하자 한 전 위원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입장 발표…연일 공세 펴는 홍준표 발언에 대한 대응 차원
홍 시장이 제기한 '총선 참패 한동훈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 내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 초보' 한 전 위원장 때문에 총선에 패배했다는 게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신평 변호사는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데 개인 간의 배신이 무엇이 중요하랴! 대통령이 잘못하면 당연히 그 시정을 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적 신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더라도 그는 훌륭한 공직자요, 공인"이라며 한 전 위원장에 대한 홍 시장의 '배신자' 비난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한동훈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진 과신"이라며 "그는 오직 자신이야말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서 선거판을 누볐다. 변명은 그만하자"고 지적했다.
반면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발(發) 각종 악재가 패배의 근본 원인이고, 한 전 위원장이 그런 상황에서도 분투해 개헌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반박이 적지않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에 와서 한 전 위원장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라며 "결과는 아쉽지만 총선 내내 한동훈은 누가 뭐래도 홍길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의 무지막지한 의원들이 청담동 술판 괴담을 비롯해 대통령실과 정부에 폭격을 가할 때 혈혈단신 막아낸 한동훈, 너무 절망적이고 암울한 당에 들어와 비대위원장을 맡아준 한동훈, 그나마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불을 붙여준 한동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유상범 “韓, 스스로 대국민 사과한 것”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홍 시장의 지속적 비난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 음주 진술 회유 주장 관련 성명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첫번째로 본인이 모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이고, 스스로 대국민 사과를 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신'이란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거라 생각하는데, 홍 시장의 지속적 비난과 비판에 대한 대응적 성격도 있지 않았나"라고 추측했다.
홍 시장이 SNS상에서 비판을 지속 제기하는 데 대해선 "항상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본인이 나서서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그와 같이 당 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며 "후배 정치인 입장에선 누구 책임이라고 하나로 단정짓기 어려운 선거다.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참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는 22일 당선자 총회에서 비대위 형식이 논의되는 데 대해선 "보수 우파 지지가 이제 소수로 바뀌었다는 것 저희가 다 확인했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것 동의한다"면서도 "그럼 기존 지도부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당대회 룰 변경 문제는 제 개인 의견이지만 국민적 여론이나 당내 입장을 조율해서 변경해야 한다면 언제든지 변경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절대적 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당정관계에 대한 성찰 논의가 부족하단 지적엔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당정관계 문제란 부분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 저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며 "총선에서 패배했고, 그와 동시에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과 함께 새 리더십을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