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2049년까지 부산에서 가장 크고 강원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기후불평등’이 대한민국 17개 시·도 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날(22일)을 하루 앞둔 21일 세계일보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의 ‘기후위기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대비 2049년까지 소득 감소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 지역은 부산으로 17.2%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 뒤를 광주(16.9%), 전남(16.4%), 제주(16.2)가 이었다. 소득 감소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강원으로 11.5%였다.
환경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연구소로 알려진 PIK는 ‘지구의 날’을 앞두고 지난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의 전체 소득은 약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구는 전 세계 1600여개 지역의 40년간 기후 및 소득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기후위기가 경제 생산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분석했다.
부산에서 소득 감소율이 가장 큰 이유는 대도시의 경우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복구 비용이 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에너지학)는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복구에 큰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은 지리적으로 태풍 같은 재해가 자주 발생할 수 있는데, 이상기후로 극단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 복구 비용이 많이 들어서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부산 앞바다의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 피해가 커져 부산에서의 소득 감소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기후 재난은 폭우나 태풍 등 물과 관련된 게 많다”며 “광주·전남 등의 소득 감소 비율이 높은 것은 재난으로 공장, 다리 등 인프라가 망가지며 복구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은 아니기에 지방 재정 여건도 부족할 수 있다”며 “재난 피해 대비가 부족한 것도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의 대표적인 원인은 탄소 배출이다. 화석연료 연소, 산업 활동, 전기 생산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평등하지 않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역이 기후위기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가별 소득을 1∼4분위로 구분했을 때 4분위인 저소득 국가가 1분위 국가보다 61% 더 큰 손실을 경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ton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8348만7157tonCO2eq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3533만67tonCO2eq), 경북(2484만316tonCO2eq), 충남( 2315만8257tonCO2eq)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2049년 예측되는 경기도의 소득 감소 비율은 14.3%로 전국 시도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낮았다. 서울은 14.4%로 여섯 번째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불평등이 이미 만연해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은 지역이 큰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가 더는 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우리나라도 봄이 사라지고 있고, 대구 같은 곳에선 사과가 재배되지 않는 등 문제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계속해서 국민을 설득하는 동시에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