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수감돼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2일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전관 변호사'를 동원한 검찰 측 회유가 있었다고 추가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지사가 주장하는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으로 연일 수원지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검찰도 "수사팀 음해 및 법원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양측의 공방전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진실이 드러나면 결국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변호사는 이날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반박 의견을 냈다. 그는 "이화영 변호인이 주임검사 주선으로 검찰 고위직 전관 변호사가 검찰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이화영을 회유, 압박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된 이화영 수사 및 재판 과정 어디에도 위와 같은 주장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A 검사(수사 검사)가 연결해 만났다"며 "1313호실 검사의 사적 공간에서 면담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과 약속된 내용'이라고 나를 설득했다"며 "'김성태의 진술을 인정하고 대북송금을 이재명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해주면 재판 중인 사건도 나에게 유리하게 해주고 주변 수사도 멈출 것을 검찰에서 약속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또 논란이 된 '음주 회유'에 대해서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연어회·회덮밥·국물 요리가 배달됐다.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며 "교도관 2∼3인이 영상녹화 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화영 “‘쌍방울 직원 수발’ 김성태 행태 말리는 교도관과 검사 충돌도” 주장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수감자를 계호하는 교도관과 검사 간 갈등 상황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쌍방울 직원들은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와서 김성태, 방용철(쌍방울 부회장)의 수발을 들었다. 김성태는 '냄새나는 구치소에 있기 싫다'며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오후에 출정 나갔다"며 "김성태 등의 행태를 말리는 교도관과 '그냥 두라'고 방조하는 검사와의 충돌도 있었다"고 옥중서신에 적었다.
이날 공개된 옥중서신은 '이재명 대북송금 조작사건(1)'이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한장 앞뒤 면에 작성됐다.
제목에 번호가 붙여진 것으로 미뤄 향후 추가적인 주장이 서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 변호사도 이날 낸 입장에서 "검찰이 지속적으로 회유·압박을 부인하므로 추가 주장한다"며 "이화영 피고인은 김성태와 A 검사의 주장만으로 검찰의 제안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이에 A 검사가 동원한 방법은 고위직 검찰 전관 변호사"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전관 변호사는 이화영에게 검찰이 원하는 것과 그에 협조할 경우 대가를 소상히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해당 변호사는 이화영을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수원지검에서도 만났으므로 접견 기록과 검찰 출입처 명단 기록으로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민주, 이화영 일방적 주장인데 수사팀 마치 범죄자 취급”
김 변호사는 "해당 전관 변호사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수원지검이 공개한 2023년 6월 28일, 7월 3일, 7월 5일 치 출정기록을 보면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이 함께 소환됐다"며 "공범 관계인 이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검사실에서 소환한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김성태 등을 같은 장소에 소환해 회유·압박했다는 이화영의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인 '음주 회유' 날짜에 대해서는 "출정 기록 등 모든 자료를 가진 검찰은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이화영 주장을 선별하여 반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당한 상황 개선을 위해 출정 기록 등 정보가 확보되기 전까지 날짜 등에 대해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023년 5월 2일부터 그해 6월 30일까지 가운데 27개 날짜를 특정해 이 전 부지사 등의 출정 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달 4일 열린 자신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김성태 등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소주를 하얀 종이컵에 따라 나눠 먹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놓고, 굉장한 성찬이었다"고 진술하며 처음으로 '음주 회유'를 언급했다.
이 같은 진술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고, 검찰이 이 전 부지사 계호 교도관들의 출정일지와 음주 장소로 지목된 1313호 영상녹화실 사진 등을 공개하며 반박하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李-檢 진실공방 ‘치킨게임’으로 번지나?
지난 21일 수원지검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민주당에서는 중대 부패범죄로 재판 중인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만을 아무런 근거 없이 사실로 인정한 후 수사팀을 마치 범죄자 취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1심 판결 선고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사실로 수사팀을 음해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는 법원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의 방북비용 대납 관련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된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며 "배우자로부터 '저쪽에서 도와준다니까 같이 좀 저항을 하자고'라는 말을 듣게 되자 검찰 진술을 뒤집는 것은 물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회유,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 내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날짜의 출정일지와 호송계획서 사본을 공개해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음주 장소로 지목된 영상녹화실 사진도 공개하며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이 계속 뒤집히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