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경제 기적 끝났나’ FT 경고, 정부 안이하게 볼 일 아냐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제 ‘한국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국가주도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위기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기존의 성장모델이 더 이상의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출산과 자살률, 낙후된 금융시장 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FT는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위해 각종 개혁이 필요하지만 “정치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가 없는 보수 행정부로 양분돼 있고, 이번 총선 결과로 2027년 차기 대선까지 교착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까운 시일 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아직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한가한 인식이다. 한국의 대표 혁신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작년 반도체 불황 탓에 대규모 적자를 내 올해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을 지경이다. 한국은 미국이 발명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는 취약하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다른 기업들의 실적도 급감해 전체 국세의 20%를 차지하는 법인세 세수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야는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13조원이 들어가는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을 추진하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요구한다. 정부와 여당도 연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유류세 인하 등 감세 보따리를 풀었다. 여야 당선인들이 선거기간 쏟아낸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에는 최소 27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세수 부족과 추경 편성이 반복되다가는 나라 살림은 기어이 거덜 날 수밖에 없다.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제 빚을 내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 폭주는 멈춰야 할 때다. 외려 재정준칙을 서둘러 법제화해 효율이 떨어지거나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과거 16년간 저출산 극복에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인구위기가 심화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국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인구 재앙을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짜는 게 시급하다. 결국 우리 경제의 살길은 노동·교육·연금 등 전방위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