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폭드론과 미사일 공격의 99%를 저지했다.”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지난 14일 자폭드론과 미사일 360여기를 발사한 직후 이스라엘군이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스라엘 방공체계를 격찬하기도, 이란 공격을 평가절하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이번 무력충돌의 교훈을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한국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美 ‘지원’, 이란 ‘절제’가 낳은 결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자폭드론과 미사일을 쐈을 때, 이스라엘군은 전투기와 아이언 돔 저고도 요격체계, 애로2·3 요격미사일 등을 가동했다. 다층·복합 방공망을 갖춘 이스라엘군의 ‘공중 장벽’을 이란이 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모방한다면 기습도발 위험 높아져
이란·이스라엘 무력충돌과 관련, 국내에선 북한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의 혼합 공격을 탐지·요격할 능력과 유사시 압도적으로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에 자폭드론과 미사일 수백 발을 쏘면서도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전술을 세심하게 설정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중부 나탄즈 부근의 방공망을 훼손했을 때 이스라엘이 사용한 무기는 이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언제든 이란 방어망을 우회,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면서도 확전 방지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북한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남한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전면전으로는 확대되지 않는 고강도 무력도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 2022년 무인기 서울 침투 비행 등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빈틈을 파고들어 남한 사회를 뒤흔들고도 전면전 위험은 피하는 ‘창조적 도발’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도발이 벌어져 군이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고강도 대응을 요구받으면, 전면전이나 추가도발 위험 없이 북한에 압도적 위력을 발휘하며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비핵·비대칭 수단과 전술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군 전력에서 이렇게 쓸 수 있는 수단이 갖춰졌는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은 예전부터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군사 관련 공개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SNS 계정 오신트디펜더(OSINTdefender) 등에 따르면, 최근 이라크 동부에서 최대 사거리가 2000㎞에 달하는 이스라엘산 블루 스패로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부스터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됐다. 이스라엘군이 이란 공격에 대해 보복에 나섰을 때, 시리아 상공에서 전투기로 탄도미사일을 쏘고 드론을 투입해 이란 본토를 타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은 발사지점 예측이 어렵고 방공망 회피가 쉽다. 지상 발사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어 작은 크기로도 멀리 날아간다. 미사일 방어체계가 취약한 이란은 본토 밖에서 날아드는 이스라엘의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본토 공격 직후 무기와 전술의 혁신, 적 전술 파악 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사일방어체계 강화도 급선무다. 국방부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 더 강력한 복합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사정포 요격체계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L-SAMⅡ를 비롯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완성되어 본격적인 전력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미국 등 우방국의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한국도 유사시 미군을 비롯한 동맹국의 미사일방어 자산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투입하고 공동작전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