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량 비중이 역대 1분기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여파로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강화되면서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3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거래 12만3669건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이 46.9%(5만7997건), 월세는 53.1%(6만5672건)로 나타났다. 전세 비중 46.9%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분기 기준) 가장 작은 수준이다. 3월 계약분 실거래 신고 기한(30일)이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전세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 주택 1분기 전세 거래량 비중은 5년째 하락 중이다. 2020년 61.6%에서 2021년 58.0%, 2022년 50.3%까지 떨어진 후, 급기야 지난해(47.6%)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로 빌라와 단독주택 등 이른바 ‘비아파트의 월세화’ 영향을 지목한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와 단독주택의 전세 거래량은 2만4002건으로 서울 빌라와 단독주택 전체 전·월세 거래량(6만6170건)의 36.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지역 비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022년 1분기 4만111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2023년 3만182건으로 줄었고, 올해까지 3년째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전체 전·월세 거래량(5만7499건)중 59.1%인 3만3995건을 나타냈다.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역대 최저인 57.5%를 기록한 뒤 1년 만에 반등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주택 전세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관악구’로 조사됐다. 2024년 1분기 관악구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631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세 거래량은 2124건, 월세 거래량은 4186건으로 전세 비중이 33.7%로 집계됐다. 이어 종로구 34.4%, 광진구 36.6%, 서대문구 40.2%, 동작구 41.3%, 중구 41.9%, 동대문구 41.9%, 마포구 42.9%, 강북구 43.3%, 중랑구 46.1% 순으로 전세 비중이 낮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에 따른 전세 보증사고가 이어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사고 비중이 높은 빌라와 단독주택 전세를 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작년 1분기(7973억원)보다 80%(6381억원) 늘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사기, 역전세 등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강화된 데다 비(非)아파트의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은 월세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