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료 축소·사직까지 하며 ‘밥그릇 지키기’ 나선 의대 교수들

서울·울산대 교수 주 1회 휴진 강행
의협·전공의, 개혁특위 참여도 거부
정부가 양보한 만큼 대화에 나서야

서울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그제 총회를 열어 각각 이달 30일과 5월3일부터 주 1회 셧다운(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의대 19곳 교수들도 다음 주 하루 휴진하고,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도 곧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빅5’ 병원 초유의 집단휴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은 다음 달 1일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한다. 의대 교수들이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들을 설득해 복귀시켜야 할 의대 교수들이 되레 사태를 더 키우고 있어 실망스럽다. 불안에 떠는 환자들은 안 보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는 오늘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자율 결정 방안에 대해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미국 한인의사회장을 만나 전공의들의 미국 진출 협력을 논의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환자를 볼모 삼아 정부의 백기 투항만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과 정부 위에 군림하려는 과도한 직역 이기주의 아닌가.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 요구는 독선적이다. 의사들은 그간 정부가 2000명이란 숫자에 갇혀 의사들을 악마화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 숫자를 양보하고 일대일 대화까지 제안했는데 여전히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뒤늦게 의사 수 추계에 관한 연구논문을 공모하겠다고 나선 건 발목 잡기용으로 비친다. 의사들이 과연 증원을 논의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에 참석해 정원 조정 규모와 시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한 발 양보했는데도 의사들이 계속 버티는 건 무책임하고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이다.

 

이미 주요 병원의 수술이 반 토막 나고 외래 진료가 크게 줄어든 마당에 진료 축소까지 시행된다면 환자들 피해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들도 적자가 쌓여 폐원 위기에 내몰렸다. 의사들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의료체계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지금까지 돈보다 환자와 연구를 중시했기에 존경을 받아 왔다. 그래서 교수들이 정부와 전공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수들마저 환자 곁을 떠나 ‘밥그릇 지키기’ 대열에 동참하면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더욱 고립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