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의원이 차기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친명계가 박 의원의 적극 지지층을 자처하자 다른 의원들이 당내 주류의 눈 밖에 날 것을 우려해 출마 의지를 스스로 접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당내 5·6선 중진들마저 친명계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 쟁탈전을 불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24일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엄중하게 지켜만 보고 머뭇거리다 실기하는 민주당이 아니라 과감하게 행동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국민의 명령에 화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3선 국회의원으로서 더 무거워진 책임감으로 22대 국회를 개혁국회, 민생국회로 만들고 행동하는 민주당,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드는 길에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이날까지 박 의원이 유일하다. 후보 등록일(25~26일)에 다른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 달 3일 당선자총회에서 박 의원 선출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후보자가 1명일 때 우리 당은 결선투표가 기본적 원칙”이라며 “결선투표라 함은 기본적으로 과반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했다.
박 의원으로 대세가 기울자 자천타천으로 거론돼 온 후보들은 잇따라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4선인 서영교·김민석 의원과 3선의 김성환·한병도 의원 등이 출마 뜻을 접었다. 재선인 민형배 의원도 출마 대신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박 의원으로 흐름이 잡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금 상황에선 함부로 출사표를 던졌다가 찍힐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친명 인사들은 박 의원의 출마 선언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직 도전자들도 연일 ‘명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6선 조정식 의원은 “(명심은) 당연히 저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로부터 “‘열심히 잘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5선 정성호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서 민주당의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 이런 것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할 것”이라고 했고, 우원식 의원도 “(의장의) 당적 비보유, 이것도 기계적 중립으로만 보는 매우 협소한 해석”이라고 했다.
이러한 세태를 두고 한 의원은 “모든 것은 이 대표 마음에 달렸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사당(私黨)이라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당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