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점수 유리한 과목만 선택?… “학습성향·적성 먼저 고려”

수능 고득점 첫 단계 ‘과목 결정’

통합수능 후 언어와매체 선택 증가
문법 숙지 상위권 학생 고득점 노려
표준점수 높을수록 과목 난도 높아
중위권은 화법과작문서 승부 걸어야

대학들 수능 선택과목 잇단 폐지 속
탐구 가점 학교 늘어 전략선택 필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한 첫 단계는 ‘과목 선택’이다. 현재 수능은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이고, 탐구영역은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수능 점수는 같은 과목을 선택한 이들의 평균점수 등이 반영된 표준점수로 산출돼,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선택과목에 따라 다른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통상 국어에서는 언어와매체, 수학에서는 미적분 선택자가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최근 수험생 사이에서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입시업체들은 원점수 자체가 낮으면 소용없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준점수 유·불리, 적성 등 고려해야

2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수능 국어 선택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다. 현재의 통합수능이 처음 시행된 2022학년도의 경우 선택비율은 화법과작문 70.0%, 언어와매체 30.0%였다. 그러나 매년 화법과작문 선택자는 줄고 언어와매체 선택자는 늘면서 2024학년도에는 화법과작문 선택자가 59.8%로 10%포인트 넘게 줄고, 언어와매체 선택자는 40.2%까지 늘었다.



이는 표준점수의 영향이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에서 언어와매체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화법과작문(146점)보다 4점 높았다. 언어와매체 만점자가 화법과작문 만점자보다 4점 유리하다는 의미다. 두 과목간 격차는 2022학년도에는 2점(언어와매체 149점, 화법과작문 147점)이었으나 2023학년도부터 4점(언어와매체 134점, 화법과작문 130점)으로 벌어졌다.

언어와매체는 국어 문법이 포함된 영역으로, 문법 5문항, TV·인터넷 등 매체 관련 6문항으로 출제된다. 문법을 암기해야 해서 난도가 화법과작문보다 약간 높지만, 학습이 제대로 되어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풀 수 있고 고득점 시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 화법과작문은 독해 관련 문제다.

입시업계에서는 문법 숙지가 잘 된 상위권 학생에게 언어와매체를 추천한다. 상위권은 1점을 차이로 학과가 갈리는 등 점수 분포가 촘촘해 표준점수 가점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반면 문법 공부가 잘 안되어있거나 모의고사 성적이 3등급 이하인 학생은 화법과작문이 유리할 수 있다. 무리하게 언어와매체를 골라 많이 틀리는 것보다 화법과작문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표준점수가 높다는 것은 난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목에 따라 특징도 달라서 단순히 표준점수가 높은 과목보다는 자신의 학습성향을 기반으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학도 선택과목(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크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확률과통계(137점)보다 11점이나 높았다. 기하는 142점이었다. 확률과통계 선택자는 2022학년도 51.6%에서 2024학년도 45.0%로 줄었고, 미적분 선택자는 같은 기간 39.7%에서 51.0%로 늘었다. 기하는 8.7%에서 4.0%로 떨어졌다.

수학의 경우 통상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학생은 미적분이나 기하를, 인문계열에 진학하는 학생은 확률과통계를 응시했지만 최근에는 인문계열에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중에서도 고득점을 받기 위해 미적분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선택과목 지원조건·가산점 유의

전년도까지는 다수의 대학에서 자연계열 모집 시 수학은 미적분·기하 중 1과목을, 탐구영역은 과학탐구 응시를 지원자격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가 계속 제기되면서 수능 선택과목 지정을 폐지하는 곳이 늘었다. 진학사에 따르면 2025학년도에 자연계열 선발 시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지정한 대학은 33개교로 전년(52개교)보다 크게 줄었다. 일부 의대도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응시자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다만 선택과목 지정을 없앤 대학 중에서도 여전히 일부 과목에 가점을 주는 곳이 많아 각 대학의 모집요강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의 과탐Ⅱ 과목 필수 응시를 폐지했으나 과탐Ⅱ 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중 2025학년도에 탐구 과목 가산점을 신설한 대학은 17개교(가톨릭대, 경희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죽전, 동국대, 명지대, 상명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에 달한다. 자연계열 선택과목 지정이 폐지됐지만, 현실적으로 확률과통계·사회탐구를 응시한 학생이 자연계열로 교차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전년도까지는 주로 자연계열에서 가산점을 줬으나 2025학년도에는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사회탐구 응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