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말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다. 그가 그러기 시작한 계기를 안다. 고등학생 때 역사 시간에 한 질문 때문이었다. ‘지리상의 발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가 손을 들었다. “그때 다른 발견도 있었나요? 왜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합니까?”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따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호랑이 선생의 진도를 방해했으니 큰일 났다고 다들 떠들었다. 하나 교무실에 다녀온 그는 그냥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래도 ‘새 땅의 발견’이라고 불러야 맞을 것 같다, 교과서와 선생님이 말을 이상하게 쓰니 참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날부터 그는 포르투갈에 대해 공부했다. 크지 않은 나라가 그 역사적인 발견에 앞장선 게 놀라서 그런다고 했다. 성적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공부였다.
그는 모르거나 이상한 말이 나오면 그걸 파고들곤 했다. 대화를 하다가도 별안간 그러니 핀잔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가 말에 더 꽂히는 일이 생겼다.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났는데, ‘말로 정책을 바꿉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나눠 주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 노인이 말하기를, ‘식량’은 알곡식만 가리키니까 사람이 먹는 것 전체를 다루려면 ‘먹거리’라는 말이 필요하다, 정부가 감자, 고사리 따위까지 포함한 먹을 것 정책을 바로 세우도록, 이 용어를 쓰자고 청원하는 운동을 벌인다고 했다. 내가 얼른 이해가 안 되어 멀뚱거리고 있자 그는 말을 만들고 바로잡으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서 흥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