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에게 임시로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예선을 위한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내주며 했던 말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던 황 감독은 혼란스러운 A대표팀을 맡아 태국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1승1무를 기록한 뒤 본업으로 돌아왔다. 태국을 상대로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의 합작골이 나왔다는 것에 시선이 집중되며 결과는 크게 조명받지 않았다.
하지만 본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황 감독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황 감독이 이끈 U-23 축구대표팀이 26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게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한국의 충격적인 탈락으로 대한축구협회도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우선 정 위원장이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다. 앞서 정 위원장은 황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신다면 위원장으로서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대표팀이 탈락한 마당에 정 위원장의 사퇴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황 감독에게 A대표팀을 맡기려던 축구협회 구상도 실패로 돌아갔다.
축구협회는 지난 2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황 감독을 포함한 11명의 새 A대표팀 감독 후보를 결정하고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며 5월 초 새 감독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황 감독이 U-23 아시안컵까지 팀을 정상에 세울 경우 A대표팀을 맡아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여기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천문학적인 위약금을 내줘야 하는 축구협회에서 황 감독은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모든 명분은 사라졌다.
또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게 됐다. 정 위원장이 책임지겠다고 한 만큼 신뢰했던 감독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들고 온 만큼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정 위원장에게 맡겨도 되겠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