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 용산서 의제 없이 첫 영수회담… 민생 협치 성과 내길

李, “다 접어두고 만나겠다” 결단
허심탄회하게 모든 현안 다루길
尹, 국정기조 변화 계기로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다. 윤 대통령 취임 2년여 만이다. 이 대표가 어제 “의제 조율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다 접어두고 만나겠다”고 해 돌파구를 찾았다. 두 차례 실무협의에서 의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해 회동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이뤄진 이 대표의 결단은 환영할 일이다. 양측은 곧바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날짜를 확정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제안 이후 일주일간 조마조마 성사 여부를 지켜보던 국민들로선 한시름 놓게 됐다.

양측은 오찬이 아니라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1시간을 기본시간으로 하면서도 필요하면 대화를 더 진행하는 식으로 할 예정이다. 지난 두 차례 실무협의에서 양측이 “의제를 만들어놓고 회담하냐”, “우리가 용산 들러리냐”며 벌인 공방은 국민들 보기에 민망했다. 첫 회동을 아무 성과 없이 끝낼 수 없다는 민주당 측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채 상병 특검법’, 대통령 거부권 사과 등을 모두 얻어내겠다는 건 지나쳤다.



첫 영수회담이 특정 의제를 두지 않고 모든 현안을 테이블에 올릴 수 있게 된 건 고무적이다. 대화는 서로 듣는 것이며,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일방적 양보나 항복이 있을 수 없다. 양측은 이번에 작은 것이라도 서로 합의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만남이 정례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첫 만남의 성패는 양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결단을 내린 이 대표가 유연한 태도로 국정협력의 파트너이자 수권정당 대표로서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총선 압승을 앞세워 강경한 주장을 민심인 양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힘 빠진 대통령’을 굴복시키겠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윤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와 회동을 독선과 불통 이미지로 덧씌워진 국정 기조에 일대 변화를 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무총리 인선과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 등 국정을 위해 거대 야당 협조가 절실하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 집단 반발에도 개혁을 추진하려면 야당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번 만남에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쪽이 아니라 이 대표 의견을 듣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각자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지금 그런 비판이 윤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다. 대국민 소통도 늘려야 한다. 다음달 취임 2주년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성찰과 반성의 모습을 내보일 절호의 기회다.

국민은 이번 만남을 통해 폭넓은 대화가 이뤄지고 대화의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챙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유연한 자세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면 결실을 맺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