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대형병원 5곳이 이르면 다음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간다.
정부의 의대 증원 사태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 이탈이 두 달 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료 현장의 ‘최후 보루’였던 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잇따라 주 1회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의료 공백’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다음달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이날 정했다. 이미 휴진을 결정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서울성모병원까지 빅5 병원 모두 주 1회 휴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2월19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이후 일부 남아있던 전임의(펠로)들과 함께 의료 현장을 지켜왔다. 이들은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에 이어 주 1∼2회에서 많게는 주 3회까지 당직을 서면서 피로도 누적을 호소해왔다.
지난달부터 교수 단체를 중심으로 외래 진료 축소와 주 52시간 근무 등이 추진됐으나, 현장에서 효과를 느끼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주요 대형병원들의 주 1회 휴진이 확산하면서 환자들의 불안함도 더 커지고 있다.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진료 일정 변경이나 타 병원 진료를 문의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몇 달째 외래 및 진료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주 1회 휴진 역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매주 금요일 휴진을 예고했던 충남대병원의 경우 첫 휴진일인 이날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22일 매주 금요일 휴진 계획을 밝혔지만, 병원 측은 이튿날 “주 1회 휴진은 병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환자들에게 정상 진료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교수진의 피로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 휴진을 하고 있는 충북대병원 역시 이날 수납창구 로비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충북대병원은 휴진 첫 시작일인 지난 5일, 외래의 75%가 휴진하면서 환자 불편이 극심했지만 그 뒤부터는 매주 휴진 참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교수가 환자 상황을 걱정해 이후에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등 4명도 내달 1일자로 사직할 계획이다. 다만 대규모 이탈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어, 병원 측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암환자단체인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환자들이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사직 교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 단체는 정부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두고도 ‘공염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자들은 갈 곳이 없는데 특위는 현 상황과 거리가 먼 정책적 논의만 진행하려고 한다”며 “당장 일선 교수진 사직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태 봉합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임 당선자의 충남 아산 주거지와 임 당선자가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서울 마포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임 당선자가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