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전기료… 물가 ‘복병’ 된 공공요금 [멈추지 않는 '물가 폭탄']

총선 등 영향 고려 상반기 요금 동결
누적 적자 한계… 줄줄이 인상 예고

공공요금도 앞으로 소비자 물가 부담의 ‘복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총선 영향을 고려해 인상을 늦춰왔던 정부와 지자체가 줄줄이 인상을 예고한 탓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조만간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의 인상이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해 가스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용으로 구성된다. 민수용(주택·일반용) 기준 도매요금은 국제유가·환율 등 국내 도입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홀수월 산정된다. 총괄원가에서 원료비를 뺀 공급비용은 연 1회(5월) 조정한다. 이 같은 구조로 결정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섯 차례나 동결됐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빌라촌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는 그간 한국가스공사의 재무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조만간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방침을 제시했던 것도 가스요금 인상 결정이 5월 이후로 밀리는 요인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가스요금 인상 억제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 재정상태를 볼 때 무작정 동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실질적 적자로 분류되는 미수금이 지난해 13조원까지 쌓인 상태다. 공사는 가스를 구입한 가격보다 싸게 팔면 차액만큼 향후 요금에 반영한다고 보고 미수금으로 계상한다. 결국 원가보다 싸게 팔면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수금 회수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유일한 방법이다.

전기 요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동결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 인상과 연료가격 하락 덕분에 전력을 판매하는 한국전력공사는 3·4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발생하면서 영업손실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누적 적자만 43조원에 이른다. 부채는 200조원을 넘겨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 4조4517억원을 지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 모두 연내 인상 시기 결정만 남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자체 공공요금도 인상이 우려된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소재 시내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버스는 지난 3월28일 노동조합 측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면서 각 회사에 적자 이상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파업 때 버스 노·사가 임금 인상률 4.48%와 명절수당 65만원 지급을 합의하면서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지급해야 할 보조금만 600억원이 늘었다. 이는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시내버스 간·지선 1500원, 순환·차등 1400원, 광역 3000원, 심야 2500원, 마을버스 1200원으로 요금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