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번째 영수회담에서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정국 현안에 더불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등 가족 의혹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제안에 비공개 회담에서 긴 답변을 내놓으며 맞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애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135분 동안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찾은 이 대표를 2층 집무실 앞에서 기다렸다. 이어 마주한 이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했고, 이 대표의 오른팔을 잠시 감싸기도 했다. 이후 정해진 자리까지 직접 안내해 좌석을 빼주고 정돈했다. 총선 직후인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한 뒤 10일 만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의 만남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일대일 회담 성사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회담 이후 6년 만이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만남을)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과 각종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좋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을 다소 굳은 표정으로 경청했다. 이 대표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을 표한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말을 마친 뒤에는 “자세한 말씀은 저희끼리 얘기를 하시죠”라며 곧바로 공개발언을 마무리했다. 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담에 대해 “이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시면 윤 대통령께서 답변을 하셨는데 상당히 길었다.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대 15 정도 됐던 것 같다”며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윤 대통령 가족 및 주변인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비공개 회의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채널A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대통령이 더 말할 수는 있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여러 가지 의제를 제안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입장을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