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점으로 너무 유명해졌다”는 박지현…“비대위원장 되고 욕 많이 먹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SNS에 ‘정치학교 반전’ 수강생 모집글 공유
지난해 5월 ‘정치학교 반전’ 1기 수료 후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길, 결론적으로 내가 선택”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마련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 천막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4·10 국회의원 총선거 서울 송파을 경선에서 탈락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정치권에서 마음을 나누고 치열하게 토론할 동료들을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고 돌아봤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학교 반전’ 2기 수강생 모집 안내문을 공유하고 이처럼 말했다. 정치권에서 마음 나눌 사람을 만나는 일을 가능케 한 곳이 ‘정치학교 반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제18·20대 국회 출신 김성식 전 무소속 의원이 설립한 ‘정치학교 반전’은 한국 정치 혁신에 기여하고 미래 비전 구현을 꿈꾸는 세대를 중심으로 전환적 리더십 양성과 네트워크 구축, 건강한 공론장 형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반성’ 앞 글자와 ‘비전’의 뒷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과거 성찰에서 미래의 통찰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5월 끝난 ‘반전’ 1기 수료생으로는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 외에도 정치권 안팎의 다양한 인물이 있다.

 

앞서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수료 직후 ‘반전’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된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나, 아니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결론적으로는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었다. 본인 삶의 모토인 ‘후회는 하지 말자’를 들어 정치권에 발 들인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꿈꿔왔던 미래의 인생과는 거리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인으로 생활하며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단시간에 너무 많이 유명해졌다”면서,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후에는 너무 많은 욕을 한꺼번에 먹으니 사람이 굉장히 위축되고 자격지심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 돌아봤다.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누군가 자기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순간 걱정부터 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거센 비난 영향이 적잖아 보였는데, 그는 “어떻게 돌파할지 전의를 불태울 때도 있지만 내게 일어난 사건들이 나를 너무 다르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정치학교 반전 1기’ 수업을 듣게 된 배경 언급 과정에서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이전의 3개월간 비대위 활동을 떠올린 듯도 했다. 지선 참패에 책임을 진 비대위 전원 사퇴에 따라 짧은 기간 활동을 정리하고 민주당을 떠난 그는 “단기간이지만 내가 경험한 정치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정치였다”고 돌아봤다.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당에서 가장 높은 직책에 있으면서도 기성 정치인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막상 가만히 있으면 대화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니,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몰랐다는 취지의 한탄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선출직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토론한다’는 정치학교 반전의 취지는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내 청년 정치인들의 심한 견제를 겪으면서 ‘어떻게 나를 공격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도 인터뷰에서 되짚은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한국 정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마지막 질문에 “차악과 최악을 다투는 게 아니라 최선과 차선을 뽑는 선거가 될 수 있는 정치 지형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진영 논리를 앞세우고 팬덤 뒤에 숨어 자기 안위만 챙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우리가 만드는 정치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꿈꾸고 싶다면서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송파을 경선에서 떨어진 후인 지난 2월, SNS에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지지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함께 전한다”는 인사를 남겼다. 이와 함께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한다는 걸 송파에서 배웠다”며 “앞으로 정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를 위해 정치하는가’, 그런 물음이 떠오를 때마다 선거 기간 내내 보내주신 눈빛들을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