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의 휴진이 소규모에 그치면서 큰 혼란은 없었지만, 휴진 정기화 등으로 확산할 수 있어 환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이날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에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 우려 등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환자 보호자는 “오늘(30일)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예약이었는데 5월9일로 진료가 미뤄졌다”면서 “우리는 꼭 해야 하는 것(진료)인데, 그들(교수들)에게는 선택이라는 게 있으니… 참 쉽다”고 썼다.
한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특정병원 담당 교수들의 휴진 정보를 공유하자는 글들도 올라왔다. 한 게시물 작성자는 “혹시 ○○○ 교수님 30일 휴진인가요? 지방에서 올라가고, 그날 진료 예약이 돼 있는데 아직 (진료 여부) 연락을 받지 못했고 병원도 계속 연락이 안 되네요”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환자들도 있었다. 한 환자는 “저는 아직 수술을 못 받고 있다”며 “암 환자는 두세 달 사이 기수가 올라가는데 휴진으로 수술이 더 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정부는 환자를 다 죽일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고 점점 더 악화되니 너무 불안하다”며 “정부는 (사태를 수습할) 능력도 안 되면서 왜 (의대 증원 문제를) 건드려 놓았느냐”고 토로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은 병원 노동자들의 불만도 키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전날 병원 진료 대기실 등에 성명서를 붙이고 이번 휴진이 “환자와 동료를 사지로 내모는 꼼수단체휴진”이라며 “휴진에 동참한 의사들은 이 사태를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휴진에 참여한 13개 진료과별 휴진 의사수(총 38명)를 공개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체 의사수가 5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0%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비율이다.
그러나 노조는 “교수들이 불과 5일 전에 휴진을 통지해 환자를 기만하고, 직원들에게 업무 과중을 부여했다”며 “교수들의 개별 휴진으로 3000건에 가까운 환자의 검사·수술·진료가 변경 및 취소됨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 고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직원들은 지금까지 1만2000여건의 진료 일정을 변경했고, 여전히 1만건 이상이 적체된 상태며 예약 변경 업무로 폭언 욕설에 노출돼 있는 등 과중한 업무를 감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병원 직원들은 같은 동료인데 왜 이렇게 동료를 사지로 내모는 건지 모르겠다”며 “병원 파산을 막기 위해 교수들이 이렇게까지 (투쟁을) 하는 건데, (이 성명을 본다면) 사직 생각을 안 하던 교수들도 사직하고 싶어질 것 같다”고 착잡한 마음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