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한국 영화 역사와 함께해온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문을 닫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 등 연이은 악재로 적자를 면치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30일 전자 공시를 통해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9월30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기상사는 영업 종료를 결정한 이유로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해소”와 “회사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 구조 개선”을 꼽았다. 또 대한극장 영업 종료로 “사업 체질 및 손익 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대한극장은 1958년 서울 충무로에서 1900석 규모의 국내 최대 극장으로 개관했다. 당시 미국 영화사 20세기 폭스의 설계에 따라 건축됐다. ‘벤허’(1959),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사운드 오브 뮤직’(1969), ‘킬링필드’(1985) 등 대작 중심으로 상영하면서 충무로의 간판 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극장에 앞서 서울 종로3가 단관극장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단성사·피카디리와 함께 종로3가 극장가를 이끌었던 서울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2021년 8월 문을 닫았다. 1979년 문을 연 이 극장은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피카디리는 2004년부터 대기업 멀티플렉스로 바뀌었다. 단성사는 2010년 리모델링에 들어가 휴관한 이후 이듬해 공사가 중단되며 극장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극장업계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대기업 멀티플렉스마저 위기를 겪고 있다. OTT 인기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대폭 줄면서 극소수 ‘1000만 영화’와 관객 몇만 명이 찾는 영화로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100만∼500만 관객을 모으는 중규모 영화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영화 관객 수는 약 1억251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연평균의 56% 수준에 그쳤다. 총매출액(1조2614억원)도 코로나 이전의 69%에 불과했다.
문을 닫은 대한극장 건물은 공연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세기상사는 “대한극장 빌딩을 개조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노모어’를 수익 배분 방식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머시브 공연은 관객과 객석의 구분을 없애고 서로 넘나들 수 있게 한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