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클레이’·라인 ‘핀시아’ 가상자산, 6월 ‘카이아’로 통합

규제 약한 아부다비에 통합재단 설립
디파이 등 블록체인 서비스 확장 계획
일각 “합병하면 기존 기록 확보 어려워
김범수 의장 사법리스크 회피 행보” 비판

카카오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와 네이버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핀시아’가 ‘카이아(로고)’로 통합된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기업의 가상자산 서비스 통합은 투자자들의 열띤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를 상대로 클레이를 활용한 횡령·배임 혐의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뉴스1

카카오의 클레이튼 재단과 라인의 핀시아 재단은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오는 6월 통합재단 공식 출범 계획과 함께 새 가상자산 브랜드 카이아(kaia)를 공개했다. 이름은 클레이튼(Klaytn)과 핀시아(Finschia)의 각각 앞과 뒤 발음을 결합했다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6월 중 클레이 코인과 핀시아 코인은 일정 비율로 카이아 코인으로 전환되며 블록체인 운영 기반은 기존 클레이튼 인프라로 통일된다.

 

양사는 카카오톡과 라인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신저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사실을 통합 코인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카카오는 국내에서 가상자산 지갑인 ‘클립’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와 게임 등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에서는 카카오, 라인을 워낙 잘 아니 두 체인의 통합 시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해외에서도 텔레그램 가상자산 ‘톤’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고 전했다.

 

두 재단은 6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통합재단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가상자산 발행을 금지하거나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아부다비에 둥지를 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카이아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 서비스가 국내에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게임이나 결제 서비스 등이 규제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김우석 라인넥스트 사업이사는 “한국은 블록체인 규제가 삼엄하다”며 “해외에서 일단 서비스를 출시하고 건전한 사례들이 만들어지면, 한국 규제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이 국내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 센터장을 비롯한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은 클레이를 활용한 횡령·배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관계자는 “클레이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블록체인 거래 기록은 남아 있어도 투자자와 보유자가 누군지는 정보를 알 수 없다”며 “합병 후에는 수사당국이 관련 거래정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자선 변호사는 “올해 초 국세청은 국내 기업이 자기 발행 가상자산의 미유통 물량을 투자 명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과세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합병을 하면 기존 기록에 대한 관리주체가 없어지는 등 향후 과세 업무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클레이와 핀시아가 상장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이날 “합병 과정에서 발행량, 유통량 변경으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투자자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