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아파트서 80대 노인 흉기로 찌른 촉법소년…“강력 처벌이 능사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낮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른 중학생이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로 확인된 가운데 끊이지 않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이 총 6만5000여명에 달하고 범죄 유형도 강간·추행, 마약, 살인 등 악성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55분쯤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중학생 A군이 길을 가던 80대 여성의 목 뒤쪽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범행 후 달아난 A군을 3시간여 만에 동대문구 주거지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검거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경비실로 가서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경비원이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촉법소년으로 확인됐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법에 저촉된 행위를 해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보호자 감호 위탁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이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987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 2021년 1만1677명,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체 촉법소년을 범죄 유형별로 구분하면 절도가 3만2673명(49.5%)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1만6140명(24.5%), 기타 1만4671명(22.2%), 강간·추행 2445명(3.7%)이 뒤를 이었다. 방화 263명, 강도 54명, 살인 11명 등 강력범죄도 다수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절도·폭력, 강간·추행,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이 모두 전년보다 늘어난 가운데 마약은 15명에서 50명으로 3배 이상 늘기도 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촉법소년 관련 논란은 지난 1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피의자인 중학생 B(15)군은 범행 직후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하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무소불위 면책도구로 활용하려는 노골적인 모습을 보여 충격을 줬다. 다만 B군은 2009년생으로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는 실제로 해당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B군처럼 관련 법을 악용하려는 청소년이 늘어난다는 우려 속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려는 입법 시도는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처벌 강화의 실효성을 놓고 이견이 상당해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들어서만 소년범죄 처벌 강화와 관련한 법안은 총 17건이 발의됐지만 사실상 국회 임기를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초 정부 발의안에 대해 “소년의 가정환경 개선이나 정신질환 치료 등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처럼 촉법소년의 연령 조정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 체계를 갖추고 전문적인 교정을 받도록 이끄는 게 우선순위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성인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교화 시설에서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고, 청소년 범죄를 개인 문제로 돌려 낙인을 찍는 대신 어긋난 방향으로 나가게 된 배경을 깊숙이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