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사다리’ 복원 나선 정부… 일자리·교육·자산 형성 지원

취준생 140만명에 고용정보 제공
사기업 직업훈련 프로그램 개방
‘니트족’ 찾아 일자리 조기매칭도
ISA 1인1계좌 폐지 상품 다양화

“노동개혁 구체 대응안 빠져” 비판
최상목 부총리 “하반기 후속대책”

여성의 돌봄 부담을 덜어 주고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배우자 임신 중 남성의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이 허용된다. 그간 단절됐던 교육부의 학생 정보와 고용노동부의 구직·취업 정보를 연계해 약 140만명의 취업준비생에게 ‘찾아가는 고용 서비스’가 제공된다. 저소득층 대상 ‘꿈사다리 장학금’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해 교육 기회를 넓히는 한편 맞춤형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전면 개편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일자리 기회 부족, 교육 및 자산 격차 확대 등으로 사회이동성이 나날이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다음달 공개 예정인 ‘역동경제 로드맵’ 관련 첫 과제이기도 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배우자 임신 중 남성의 출산휴가를 허용해 주기로 했다. 또 배우자가 고위험 산모이거나 임신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등에 한해 남성의 육아휴직도 허용해 준다. 부모 맞돌봄 확산을 촉진해 재직 여성의 경력을 지켜 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배우자 출산휴가를 종전 10일에서 한 달 수준인 근무일 기준 20일로 확대한다. 현재 중위소득 150% 이하가 대상인 아이돌봄 서비스의 정부 지원 소득 기준도 완화되고, 본인부담비율(현재 15∼85%)도 하향 조정된다. 통상임금 80%(월 상한 150만원)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는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의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도 확대된다. 이를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 우대 지원 대상인 경단녀의 재취업 업종 제한이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의복회사에서 근무하던 여성이 출산 후 신발회사로 재취업해 업종이 바뀌면 세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런 규제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또 우대 지원 대상에 경단녀뿐 아니라 경력단절남성도 포함하기로 했다.

 

경단녀의 취업을 돕는 제도인 새일여성인턴을 기업이 1년 이상 정규 채용하면 고용유지장려금 80만원이 추가 지원되고, 경단녀가 새일센터 직업교육훈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촉진수당(월 10만원)도 신설·지급된다.

 

◆취준생에 ‘찾아가는 고용 서비스’

 

취준생과 니트족(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을 위한 ‘청년고용 올케어 플랫폼’도 구축된다. 청년 구직자 중 70% 정도가 정부의 청년정책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답할 정도로 취업정보 접근성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대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교육부의 학생 정보와 고용부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DB)를 연계하기로 했다. 140만명 정도가 신청하는 국가장학금을 활용, 학생들이 장학금 신청 때 고용 서비스를 받는 데 동의하면 취업정보·컨설팅 등을 적극 제공해 주기로 했다. 니트족 발굴·예방을 위해 졸업 직후부터 일자리 매칭 등 맞춤형 서비스가 조기 지원되고, 민간 기업의 자사 근로자용 훈련 프로그램도 취준생 등 일반에 개방된다.

군인의 원활한 사회 진출을 위해 ‘장병내일준비적금’ 납입 한도·매칭 지원금이 각각 월 최대 40만원에서 내년부터 55만원으로 확대된다. ‘K디지털트레이닝’은 첨단산업·융합 분야까지 포함하는 ‘K디지털트레이닝 플러스’로 확대·개편된다. 채용절차법을 개정해 신규 채용 공고 시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 공개를 촉진하는 한편 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복지 향상을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민간이 공동 참여하는 ‘중기사랑카드’ 신설도 추진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고졸 채용 만점 기준(8%)을 높여 각 기관의 고졸자 비중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저소득층 우수 학생에게 지급되는 꿈사다리 장학금 지원 대상(현재 중1∼고3)을 초등 5∼6년까지 넓히기로 했다. 또 저소득 대학생 지원 강화를 위해 취업연계 장학금인 ‘희망사다리Ⅰ 유형’ 대상엔 경제적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을 우선 선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 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계고·지역·기업·대학이 협력해 일경험·취업·후학습 등을 지원하는 직업교육 혁신지구도 내년에 추가 지정된다.

◆ISA 전면 개편… 경쟁 촉진 3종 세트

 

미래 세대의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ISA 제도도 전면 개편된다. 먼저 투자자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경쟁 촉진 3종 세트’가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ISA의 공시 범위를 확대하고, ISA 계좌 내 다양한 상품의 편입을 유도하는 한편 이전 방식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아울러 중개·신탁·일임형으로 구분되지 않은 통합형 ISA를 도입하고, ISA 계좌 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도 손익 통산을 확대한다. 유형별로 ‘1인 1계좌’ 원칙도 폐지된다.

 

정부는 연금소득 기반도 확충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급여의 일부를 조기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급여 전액에 대해서만 최대 5년, 1년당 6%씩 감액 기준으로 앞당겨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부부 합산 1주택 이하 기초연금 수급자가 장기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각해 연금 계좌에 납입하면 납입액(한도 1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경감하는 ‘부동산 연금화 촉진세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방안도 대책에 담겼다. 자활 참여를 통해 근로 능력이 있는 조건부 수급자가 민간 취업에 성공해 자립하면 자활성공지원금(신설)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민간 취업으로 탈수급 후 6개월 지속 시 50만원, 추가로 6개월 지속하면 100만원을 주는 식이다.

 

이번 사회이동성 개선안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원하청 상생 촉진’과 같이 원론적 방안만 거론되는 등 정작 중요한 3대 구조개혁과 관련해 구체적 대응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상당수 입법 과제가 포함된 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논의 과정에 따라 세부 내용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사회이동성 개선을 위한 첫 번째 대책을 내놨다”며 “향후 추가 과제를 발굴해 역동경제 로드맵에 종합 반영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후속 대책을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