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때리기’에 거침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연일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데 따른 반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기 국회의장 후보의 ‘선명성’ 경쟁이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김 의장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단 것이다.
박지원 당선자는 2일 SBS 라디오에서 욕설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무조건 제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건 잘못됐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했다. 박 당선자는 전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김 의장에 대해 욕설을 써 논란이 됐다. 직후 그는 “방송 시작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다만 박 당선자는 욕설 사용에 대한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김 의장에 대한 비판을 거두진 않았다. 그는 “이번 총선 민의는 국민들이 정치권에, 특히 민주당에 김건희·이태원·채 상병 특검을 해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왜 이걸 직권상정하지 않으려고 하느냐. 이건 의장의 권한이고 정의를 위해서도, 국민적 요구를 위해서도 상정해야 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자는 차기 의장 경선 출마 뜻을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다.
의장 경선 출마를 공식화한 우원식 의원은 이날 박 당선자의 욕설에 대해선 ‘잘못’이라고 하면서도 김 의장 비판에 대해선 동참하는 목소리를 냈다. BBS 라디오에서 “총선 민심은 윤석열정부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국회에 일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를 한 것”이라며 “김 의장께서는 남은 기간 개혁 입법과 민생 입법 처리에 대해 정말 협조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다른 경쟁자인 정성호 의원 또한 전날 입장문을 통해 김 의장을 향해 “총선 민의인 채해병 특검법, 민생현안인 전세사기특별법 등 반드시 상정 처리해야 한다. (합의 강조는) 협치가 아니고 방치”라며 “총선 민심을 외면하고 해외에 나가는 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일 의장이 되면 저를 대신해서 외유를 보내드리겠다”고도 했다. 김 의장의 4∼18일 해외순방 일정을 사실상 ‘외유성’이라 조롱한 것이다.
조정식 의원 또한 전날 페이스북에서 김 의장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채 상병 특검법·전세사기특별법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면서 “21대 국회, 마지막 책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들의 김 의장 비판이 사실상 ‘국회의장 선거운동’이란 평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선명성이 제1기준이 되다 보니 국회의장의 합의 처리 강조가 잘못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며 “의장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국면에 김 의장을 때리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