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일시 현금으로 주는 방안에 대해 10명 중 6명이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국민권익위원회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사기업의 출산지원금 1억원 지원 사례와 같이 정부도 출산한 산모나 출생아에게 파격적 현금을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62.6%가 “된다”고 답했다.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7.4%였다. 권익위는 자녀 1명에 1억원, 2명 2억원, 3자녀 이상 3억원으로 예시를 들었다.
이런 구상이 정책으로 현실화될 경우 약 23만명이 태어난 2023년 기준 약 23조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정부가 이 정도 재정을 투입해도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3.6%는 ‘그렇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고, 36.4%는 ‘아니다. 정부가 부담할 문제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소멸 대응 등 다른 유사 목적에 사용되는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절반 이상인 51.0%가 찬성했고, 반대는 49.0%였다.
이번 조사는 권익위 온라인 정책 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지난달 17∼26일 이뤄졌다. 설문에는 1만3640명이 참여했다.
◆권익위 댓글서 찬반 의견 ‘팽팽’
참여자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한 참여자는 설문 댓글에서 “돈 버는 일에 치여 남에게 아이 맡기느니 안 낳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1억원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기회비용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더 잘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면 부담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참여자도 “2잡(Job), 3잡을 뛰며 주말만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1억원은 3잡을 2잡으로 바꾸며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 비용”이라고 찬성했다. 또 다른 참여자도 “인구가 있어야 국가가 유지된다. 지금은 국가 소멸 상태”라며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이상한 사업을 벌리지 말고 그 돈으로 직접 지원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반면 한 참여자는 “출산 지원금이 높아져도 (저출생 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출산이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교육, 주거, 사회문화 환경 등이 복합된 문제라 개인의 삶의 질 개선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참여자는 “출산지원금으로 1억원을 주면 양육비 보다는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 시장에 흘러들어가 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허경영 ‘결혼수당 1억원’ 공약이 모태
권익위의 이번 조사는 부영그룹이 출산한 직원들에게 1억원을 지급하며 화제를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 부영그룹은 임직원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며 관심을 모았다. 현행 세법으로는 1억원을 받아도 세금이 2500만원에 달해 ‘1억원 지급’ 취지가 약해지자, 정부가 이에 호응해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경기도 광명시의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할 것”이라며 관련 부처에 지시했고, 기획재정부는 그 다음 날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2년 내 최대 2차례)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산∙결혼 1억원 지원’은 2007년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당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가 ‘출산수당 3000만원, 결혼수당 1억원 지급’을 최초로 공약하며 주목 받았다. 당시만 해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세였지만, 출산율 급감과 이로 인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며 이제는 정부에서도 고려해봐야 할 대안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려면 지난해 기준 약 2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25만원)만 해도 13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