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일 앞두고 “연봉 1700만원 깎아야”…‘채용 갑질’ 논란

정부, 청년층에 ‘갑질기업’ 잡아낸다

‘익명신고’ 들어온 사업장 집중 점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부가 이른바 ‘채용 갑질’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공고에 임금과 업무 내용 등 근로 조건을 공개하도록 채용절차법을 손보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의 참여 여부 등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강제할 수단이 없을 뿐더러 기업 경영권 침해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당국은 기업들이 기피하는 건 이해하지만, 연봉 등 근로조건 공개 의무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입사를 목전에 두고 연봉 삭감을 통보받은 사례도 있었다.

 

JTBC에 따르면 영어 강사로 일하던 A씨는 두 달 전 한 수출회사에 지원했다. 무려 세차례 면접 끝에 최종 합격한 그의 계약 연봉은 5800만원. 하지만 입사를 10일 앞두고 참석한 워크숍에서 회사는 일방적으로 연봉을 깎겠다고 통보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예산을 4100만원까지밖에 못 쓴다. 1700만원을 깎아야 한다' 1700만원이 깎여버리면 아예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직장인들 “입사 전 제안조건과 실제 달랐다”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은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7.4%(1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이 22.8%(400명 중 91명), 정규직이 13.8%(600명 중 82명)로 고용 형태별로 9%포인트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 등 부적절한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이들은 11.2%에 달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10.1%)은 입사 이후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도급·위탁·업무위(수)탁 계약서를 요구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10명 중 2명꼴(20.8%)로 이런 '비근로 계약서 서명 요구'를 받았는데, 이는 정규직(3%)의 7배 수준이었다.

 

'비근로 계약서 서명 요구'를 받은 응답자(101명) 중 86.1%(86명)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서명 및 입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서명을 거부하고 입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3.8%(13명)에 그쳤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 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정부 “채용공고와 다른 근로계약 등 근로자 불이익 막겠다”…실효성 지켜봐야 신중론도

 

정부는 채용광고와는 다른 근로계약을 맺거나 업무를 시키는 등 채용절차법을 위반한 행위를 상반기 중 집중적으로 지도·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이 채용광고와 다른 근로계약을 맺고 불이익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점검 대상은 채용과는 다른 근로계약으로 익명 신고가 들어온 사업장 23개, 취업포털 구인광고 모니터링 결과 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 218개,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59개 등 총 400개다. 점검 기간은 4월1일부터 6월 28일까지다.

 

채용광고와 다른 근로계약의 경우 집중 익명신고 기간(3월 14일∼4월 13일)에 들어온 65건 중 채용절차법 위반이 의심되는 23건을 선정했다.

 

취업포털 구인광고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한 218건은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수집, 채용심사 비용의 구직자 전가, 채용서류의 보관·반환·파기와 고지 의무 미이행 등이 의심됐다.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59개는 채용절차법상의 제재 조항은 물론, 청년에게 민감한 채용 일정·과정과 채용 여부 고지 등 권고조항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