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살 논란에…제주지사 “식문화 차이 감안해야”

오영훈 지사 “음식점 점검 강화…식문화 차이도 감안”
관광업계, 내국인관광객 감소 속 ‘여론몰이’ 우려

제주 흑돼지구이 전문점의 이른바 ‘비계 삼겹살’ 판매 논란에 제주도 관광업계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일 “위생 관련 부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없도록 점검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날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위생 관련 부서에서는 음식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으므로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없도록 내부적으로 홍보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고 점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발언하는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또 “우선 축산분야 지도·감독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다만, 요리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체 운영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식문화 자체에 차이도 있을 수 있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흑돼지구이는 은갈치와 함께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손꼽는 메뉴다.

 

관광업계는 일부 음식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고물가와 비매너 행태때문에 전체 업계가 피해를 보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지에서 간혹 일어날 수 있는 이슈로 ‘제주 가느니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 가겠다’라는 여론몰이에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라며 “음식점 사장이 직접 사과한만큼 더 이상 논란이 확산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제주도와 업계는 가뜩이나 제주를 방문하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심상치 않아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국내 고물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제주도는 관광객에게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도 유보하고, 내국인 관광객 유치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논란의 ‘비계삼겹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글 캡처

실제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384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5만2000명) 대비 9.6% 줄었다. 

 

앞서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열받아서 잠이 안 옵니다(제주도 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비계 삼겹살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 작성자는 “98% 이상이 비계인 15만원짜리 삼겹살을 먹은 이야기를 하겠다”며 당시 주문했던 삼겹살 사진을 올렸다.

 

게시자는 “비계가 대부분인 고기를 받고 직원에 항의했으나 직원은 ‘이 정도면 고기 비율이 많은 편’이라며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며 논란이 커지자 음식점 사장이라고 밝힌 A씨는 ‘당시 상황과 이유, 사실관계를 떠나 비계 비율이 많은 고기가 제공돼 불만족스럽게 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제가 직접 매장에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믿고 맡긴 우리 직원이 대응했다면 제가 대응한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해당 손님은 물론 제주지역 자영업자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 데 대해서도 사과하고, 앞으로 고기 선별과 손질 과정을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 보다 다양한 손님을 만족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비계 삼겹살’ 게시글을 올린 손님께 보상하고 앞으로 1개월간 매장을 이용해 주는 모든 고객에게 오겹살 200g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호시설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추천받아 흑돼지고기 또는 관련 제품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상호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글을 작성한 이유로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나갈 때는 웃으며 나갈 수 있도록 하자’란 마음으로 20년 넘게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제주에서 정말 품질 좋은 고기만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