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5년 의대 증원 1500명대, 의사들 더 이상의 혼란은 안 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현재보다 최소 1489명, 최대 1509명 늘어난다.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31개교가 증원된 정원을 50~100% 범위에서 조정한 결과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2000명보다 20% 정도 줄어든 수치다. 의·정 합의가 없으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에선 2000명 정원이 그대로 적용된다. 수험생들이 이에 맞춰 내년 대입을 준비하는 만큼 이제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학부모들의 걱정이 큰 만큼 정부와 대학 측은 더 이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역 국립대 9곳은 모두 올해에 한해 늘어난 정원의 50%씩만 뽑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해서다. 사립대는 5곳을 제외하곤 정원을 유지했다. 27년 만의 증원 기회인 데다, 신입생 모집에 유리하고 대학 인지도 상승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는 “증원 수치는 확정돼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서 단일한 목소리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참고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의료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려면 의협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이미 국민에게 공지한 만큼 조정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남은 변수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신청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2000명 증원의 근거를 따져보겠다며 이달 중순까지 모집 정원 승인을 보류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재판부가 “법원이 사법통제를 못 하는 정부 결정은 있을 수 없다”고 한 대목은 우려를 사고 있다. 행정부·입법부 결정에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법 자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사법부 판단이 혼란을 가중시켜선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어제도 의료계를 향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촉구하면서 ‘일대일 협의체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강경파’ 임현택 의협 회장은 취임식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농단’으로 규정하며 “의대 2000명 증원 등 불합리한 정책은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잇따라 환자들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데 답답한 노릇이다. 민의를 외면하면 전공의·의대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고립만 심화할 뿐이다. 의사들은 이제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