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했다. 김 사령관은 묵묵부답으로 청사에 들어갔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이날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나’, ‘이첩 보류 지시가 대통령실 뜻이라는 말 들은 적 없나’, ‘차관 문자 읽어준 적 없나’, ‘박 전 수사단장이 거짓말한다는 것인가’, ‘외압이라고 느낀 적 없나’ 등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들어갔다.
해병대 최고 지휘관인 김 사령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지난해 7∼8월 윗선에서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박 전 단장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하고 언론 브리핑까지 하려 했으나 이는 보류되고 혐의자가 2명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번 수사외압 의혹의 골자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이 조사한 8명 이첩을 보류·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월31일 예정됐던 브리핑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지시라며 취소시킨 뒤 “국방부가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며 “오전에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이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박 전 단장은 주장한다. 반면에 김 사령관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VIP 격노’ 발언의 진위 여부와 이 전 장관 등 국방부로부터 받은 지시 내용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준비한 질문지 분량은 200여쪽으로, 김 사령관 조사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사령관 외에도 이 전 장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