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4일 사법부가 요구한 의대 증원에 관한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서울대 의대에서 진행한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의교협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공정하고 과학적이며 수없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의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계가 낸 의과대학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이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겠다며 정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현장실사 등 조사 자료, 회의록 등을 제출할 것과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모든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 시 부실 교육 위험이 크다는 전의교협의 경고를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일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의대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2000명 증원과 배분이 ‘깜깜이 밀실 야합’에 의한 것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통의 정책 결정은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최고라던 우리나라 의료를 2개월 만에 바닥으로 추락시켰고, 세계적 수준의 의대 교육 또한 강의실 하나에 수백명이 수업을 듣던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증원 관련 근거 자료가 공개되면 의학회 등과 연계해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자료를 분석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전의교협은 “잘못된 정책은 스스로 인정하고 수정하면 된다”며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입학정원 확대 및 배분 절차를 당장 중지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에 요청에 따라 정부는 2035년에 의사가 1만명가량 부족해질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보고서를 비롯해 지난해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 등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법원에서 요구한 수준의 자료는 최대한 정리해서 낼 것”이라면서도 2000명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분한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참석 명단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한 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숙의를 거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