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10남매 아이들 건강하게 잘 키워주십시오. 아버님 어머님.”
‘부자 동네’ 경남 의령군에 또 다른 ‘부자’가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식 부자’ 박성용(50)씨와 이계정(48)씨 부부와 자녀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10남매 가족이 올해는 특별하게 서울에서 어린이날을 보냈다며 신이 났다.
5일 의령군 등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이번 어린이날 행사에 1박2일 깜짝 초청을 받았다. 올해 대학생이 된 첫째 예서(20)부터 지난해 5월 태어난 막내 예빛(1)까지 무려 10남매 대가족이다.
여태 어린이날은 평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에 대가족이 움직여야 하는데 형편상 여행을 가거나 외식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을 받으면서 이들 가족 모두가 들떴다. 보건복지부가 제102회 어린이날 행사에 이들 가족을 초청하면서 서울 나들이를 가게 돼서다.
박씨 부부는 원래 서울 토박이였다. 결혼 후 셋째 아이를 임신하자 주변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저출산 시대에 ‘애국자’라고 축하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다자녀가 웬 말이냐는 우려가 앞섰던 것이다.
그래서 택한 게 의령행이었다. 의령은 박씨의 장인과 장모가 먼저 내려와 터를 잡고 있었기에 고민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2007년 의령으로 내려온 박씨 부부는 이후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생명을 거부하지 않고 일곱 명의 자녀를 더 낳았다.
박씨는 “원래 아이는 세 명 정도 나을 생각이었는데, 아이를 낳을수록 행복도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열 명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국에서도 지역 소멸 위험성이 높은 곳인 의령이기에 이들 10남매 가족은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들 가족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생계가 걸린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식비만 해도 월 200~300만원가량 나가기 때문이다.
박씨가 입시학원 등을 운영하고, 이씨가 어린이집 교사 등을 하며 충당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가족애는 더욱 돈돈해지고 있다. 학창 시절 밴드를 한 적이 있는 박씨는 음반을 내는 게 꿈이었는데 못다 이룬 아빠 꿈을 우리가 이뤄주자며 아이들이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국 피아노를 치는 박씨도 합류하면서 2017년부터는 공식적으로 ‘다둥이 밴드’를 결성했다. 지금은 의령군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에도 초청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한 장학재단은 올해 대학에 들어간 첫째 딸의 4년 간 학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응원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저출산 시대를 맞아 10남매를 낳은 ‘자식 부자’도 진정 대우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들이 부모 기대만큼 잘 커서 고맙고, 오늘 같은 이런 경험들이 밑거름이 돼 잘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