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살이 부쩍 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부터 식사 후엔 늘 소화제를 먹는 습관이 생겼다. 가슴 답답한 느낌과 신물이 올라오는 것이 반복된 탓이다. 그러다 올해 초 받은 건강검진에서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눕거나 앞으로 구부리면 어김없이 신물이 올라오거나 불편감이 있어 소화불량으로 생각했다”며 “현재는 약물 복용과 함께 다이어트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까지 역류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K210·K219)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한 해 528만8858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전체 국민 10명 중 1명 이상꼴이다. 이는 2010년 301만5985명에 비해 75.4%나 증가한 수치로, 증상이 경미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환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에서는 유병률이 30∼40%에 달한다. 과식·폭식·야식·스트레스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한 탓이다.
◆가슴 통증 없지만 기침·인후통 있다면
역류한 위산이 식도를 지나 목까지 넘어와 ‘인후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후두 역류질환은 가슴 쓰림, 신트림 증상 대신 목 이물감과 인후통, 만성기침, 쉰 목소리와 잠긴 목소리, 잦은 기침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아라 교수는 “성인의 식도는 일주일에 50회 정도의 위산(pH 4 이하) 역류를 견딜 수 있다”며 “그러나 후두 점막은 위 내용물에 대한 취약성과 민감성 때문에 일주일에 3차례 위산 역류만으로도 심각한 후두염증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역류질환은 위산 분비 억제제 외에 생활습관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무엇보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산 분비가 많아지는 만큼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초콜릿, 커피와 술도 식도 조임근의 기능을 약하게 하는 만큼 멀리해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위산 역류 질환 발생의 위험인자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대창·불닭볶음면 먹방, ‘대식 챌린지’ 등 자극적인 음식과 과식을 조장하는 먹방에 우려를 표한다.
정 교수는 “인후두 역류질환은 가슴 쓰림이나 신트림 등 이전에 없던 현저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증상이 어느 정도 심해지거나 계속될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 교수는 “위산과 내용물이 식도 역류 식도 외에 비인두, 비강에 닿으며 축농증과 재발성 중이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성대를 지나 기관지나 폐 등까지 가면 폐섬유증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