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서 수령… ‘드론 택배시대’ 열린다 [심층기획-드론산업 업그레이드]

(상) 속도 높이는 드론 상용화 사업

드론 배달점에 ‘사물주소’ 배정
자율주행 배송 정확성 고도화
정부, 상용화 사업성 점검 나서

정부, 기술 등 구현할 17개 지자체 선정
공원 배송 상용화 성남, 배달거점 등 확대
보령시, 드론·로봇 연계 문앞 배달 테스트
대구는 수계 관리 안전시스템사업 추진

규제혁파 로드맵도 마련 정책 지원 부심
2027년까지 이·착륙장·배송로 등 구축
2032년까진 고층건물 내부로 배송 확대
“사물주소 등 기반 서비스모델 적극 개발”
#1. 고층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요즘 ‘드론 장보기’ 재미에 빠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생필품을 주문하면 자율배송 드론이 주문한 물건을 집 발코니 창문 앞까지 옮겨다 주는 새로운 배송 방식이다. 발코니 앞 공간에 ‘사물주소’가 부여되면서 배송 드론이 정확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섬 여행을 마치고 배에 오른 B씨는 민박집에 휴대폰을 두고 나온 것이 생각났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집배원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드론 배달 거점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집배원은 대기 중인 드론에 휴대폰을 실어 거점으로 보냈다. 휴대폰은 배편보다 먼저 도착했다.

 

인천시의 ‘드론 활용 도서지역 배송체계 구축 및 상용화 서비스’에 쓰일 배송용 드론. 행정안전부 제공

드론이 우리 삶에 파고든 미래의 생활상이다. 정부가 드론 상용화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일상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드론 상용화 사업에 나서면서 배송,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드론의 용도를 실험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드론 서비스와 기술을 실제로 구현해 보는 ‘드론실증도시’를 매년 선정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드론 활용 모델을 발굴해 공공서비스 등에 적용하고 실제 운용하며 드론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는 17개 광역·기초 지자체가 선정됐다. 특히 이들 중 14개 지자체는 섬·항만·공원에서 실시하는 ‘K드론배송 상용화 사업’을 실시해 드론 배송의 사업성을 실증할 예정이다.

◆본격 ‘드론 배송 상용화’ 도전

 

경기 성남시는 본격적인 드론 배송에 도전한다. 시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원 드론 배송을 상용화한 바 있다. 분당구 중앙공원과 탄천에서 치킨, 커피 등 음식물과 물품을 주문하면 드론으로 유상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시는 올해 배달거점을 늘리고 횟수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병원, 의료품 유통기업과 손잡고 의료품 드론 배송의 상용화에도 나선다.

 

충남 보령시는 올해 ‘주소 기반 드론·로봇 연계 배송 활용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배편이 드물어 물류 접근성이 취약하고 고령인구가 대다수인 섬 지역에 드론이 배송한 물품을 자율주행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다. 육상거점에서 섬 지역의 배달점까지 5㎏ 이하 배달 실증에 더해 배달점에서 자율주행로봇이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상용화를 실증한다.

 

전남 여수시의 드론 배송 관련 역점 분야는 섬 맞춤형 드론 배송 상용화이다. 시는 섬마을과 캠핑장, 호텔리조트 등 지정된 15개의 배달점을 구축해 실주문 배송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드론 이착륙장, 물품수취시설, 드론상황실 등 배송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비행로 개발, 드론안전관리시스템 등 섬 드론 배송을 실증해 올 11월 말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산림청 제공

드론은 안전 관리에도 탁월한 역할을 발휘할 전망이다. 사람이 직접 진입하기 힘든 곳을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 울주군에서는 드론을 산불 확산을 막는 데 활용하고 있다. 2022년 2∼12월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9건이나 발생하자, 울주군은 대형 헬륨 풍선과 드론을 더한 ‘헬리카이트’를 연쇄 산불이 나는 지역으로 옮겨 산불 감시에 이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수계 물 관리 드론안전시스템사업을 추진한다. 드론 영상 중계시스템을 현장과 사무실 간에 구축하고 정기적인 드론 비행으로 금호강, 신천 내 주요시설에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해 입체적 하천관리체계 구축을 실증한다. 인천시는 교량 점검에 드론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접근이 어려운 교량 구조물에 드론을 날려 보내 영상·사진을 촬영한 뒤 점검자가 결과물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드론이 일상화된 도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곳도 있다. 경남 창원시는 ‘수요자 중심의 드론 일상화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선정된 창원시는 공원을 편의물품을 배송하는 드론 비행경로를 구축하고 배달을 실시할 계획이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이제는 드론 배송 실증을 넘어 드론 배송이 실용화, 상용화하도록 시민 중심의 드론 일상화 도시 구축으로 스마트한 창원시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32년엔 고층건물 안에 드론 배송”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통해 드론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지난해 ‘제2차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2023∼2032년)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2.0’을 마련하고 드론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 지원안을 마련했다.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국토부는 안전한 도심지 드론 운영환경 조성을 위해 2027년까지 드론교통관리시스템(UTM), 배송로, 이착륙장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드론보험상품을 다양화하고 비가시권 비행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업자 부담을 줄여 도서벽지를 시작으로 드론 배송 지역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토부는 드론 배송을 2027년에는 도심지로 점차 확산하고, 2032년에는 드론과 로봇이 협업해 도심 고층건물 내부까지 드론 배송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드론공원을 확충하고 국제 드론레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등 드론레저 저변을 확대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30억원 수준인 수출 규모를 2032년 1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충남 보령시에서 지난 2023년 10월 ‘주소기반 드론 배송’ 시범사업이 진행된 가운데, 드론이 사물주소가 부여된 ‘드론 배달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충남 보령시에서 2023년 10월 '주소기반 드론 배송' 시범사업이 진행된 가운데, 드론이 사물주소가 부여된 '드론 배달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는 ‘주소체계 고도화’ 사업을 통해 드론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물주소가 대표적이다. 사물주소는 배송지점·주차면 등 사물에 부여되는 주소를 가리킨다. 현행 주소체계에서는 건물에 해당하지 않는 시설물은 별도 주소가 부여돼 있지 않아 드론이나 로봇이 정확한 위치에 물품을 배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물주소는 이를 보완한 주소체계다. 지난해에는 충남 보령시, 경기 성남시 등에서 사물주소가 부여된 드론 배달점을 통해 의약품이나 배달음식을 드론이 무인 배송하는 시연을 보이기도 했다. 드론 배달점에 사물주소가 부여되면 자율주행 배송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지난 2023년 실시한 ‘공원 드론 배송 서비스’.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는 2018년 주소 기반 드론 배송에 대한 개념 정립과 운영 매뉴얼을 마련하고, 물류배송이 취약한 섬·산간 지역에 배달점 450여개를 설치하고 사물주소를 부여하는 등 지속적인 시험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령시에서는 지난해 장거리(35㎞) 드론 의약품 배달에도 성공해 드론 배송의 활용 폭이 획기적으로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올해도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들이 도서 지역 배송 체계를 구축하거나 항만·공원 등을 통한 드론 배송 상용화 서비스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과 지방이 함께 주소정보를 확충해 주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국민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주소 기반 서비스 모델을 적극 개발·보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